오바마 임기내 북미관계 물건너가…美우려속 "최악대비"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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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임기내 북미관계 물건너가…美우려속 "최악대비" 주장도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7.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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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처음으로 인권제재 대상으로 삼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조기에 확정하면서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고, 이에 맞서 북한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잇단 조치를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양국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해 온 접촉통로인 '뉴욕 채널'을 완전히 차단했다.

     

양측이 '강 대 강 대결구도'로 나서면서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모양새다. 물론 미 정부는 인권제재와 대화는 별개라며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의 반발로 볼 때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6개월가량 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내 북미대화 복원, 6자회담 재개 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자국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들을 전시법에 따라 처리할 것임을 예고함에 따라 이 문제가 향후 북미 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새로운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에게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런 상황에서 악화일로의 북미 관계에 더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놓고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신(新) 냉전 구도까지 형성될 조짐마저 보여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요원한 것은 물론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정부는 일단 북한의 뉴욕채널 차단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문제와 관련해선 사안의 휘발성을 감안해 향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이나 발언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인 인질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은 적절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구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외에 거주하는 미국민의 안녕과 안전은 미 국무부의 최우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오바마 정부 임기 내 북미관계 복원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 과제를 후임자에게 넘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혀 오바마 정부 내 협상복원 가능성을 낮게 봤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도 "현재로서는 당분간 북미 간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적과의 악수'를 천명한 3개국 중 유일하게 북한만 미해결 과제로 남겨두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전부터 이란, 쿠바, 북한을 거론하면서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며 현재 쿠바와는 반세기 만에 관계를 복원했고 이란과도 역사적인 핵 합의를 계기로 관계 정상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북한이 양측 간 유일한 접촉창구였던 뉴욕채널까지 닫은 데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북미대화나 6자회담 재개가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를 뒀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동북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북한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모든 채널을 끊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뉴욕 채널은 양측간 소통, 또 어떤 구상과 제안을 테스트해보는 중요한 창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은밀한 비공식 채널을 갖고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의 이런 조치는 비생산적이다. 북한에 대한 관광중단을 초래하고 외자 유치를 어렵게 해 (핵-경제) 병진정책을 더욱더 실패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미 간 또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광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하고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과는 유용하게 대화할 것이 없다. 특히 평화협정 협상을 얘기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면서 "북한은 먼저 이전의 비핵화 약속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아울러 "현재로서는 북한을 뺀 5자회담이 최상의 길"이라며 5자회담 추진 필요성 제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기존의 비핵화 약속 거부는 북한 정권이 의미 있는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유린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북한 정권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 객원연구원은 그간 뉴욕 채널이 긍정적 기능을 해 온 점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실제로 뉴욕채널 차단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이는 충격적이자 잠재적으로 위험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특히 "뉴욕채널 차단은 긴장과 의혹만 더욱 고조시킬 뿐"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아마도 북한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정책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대화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아마도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다만 어떠한 도발행위도 (한미동맹의) 효과적인 대응조치에 직면할 것임을 북한이 잘 알고 있다고 보며, 따라서 북한은 군사적 대치를 야기할 수도 있는 그런 도발 사이클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미국인 인질 문제에 대해서는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을 암시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불길하게 들린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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