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말레이총리 부패의혹 연루' 국영기업 자산 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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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말레이총리 부패의혹 연루' 국영기업 자산 압류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7.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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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에 동참해온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1MDB를 통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산 압류에 나섰다.

싱가포르 중앙은행 격인 통화청(MAS)과 검찰총장실은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2억4천만 싱가포르달러(약 2천억원) 규모의 1MDB 관련 자산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1MDB 관련 금융기관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다수의 회사와 개인이 복잡하게 얽힌 거래망을 확인했다"며 "세이셸과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 회피지역에 소재한 '굿 스타', '아바르 인베스트먼트 PJS', '타노르 파이낸스' 등 페이퍼 컴퍼니 등으로 향한 자금 흐름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국은 자국내 금융기관들도 이런 자금 흐름 통로로 활용됐음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UBS AG의 싱가포르 지점과 총스탠다스차타드 은행, DBS 그룹 홀딩스 등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쳤다"며 "이들 은행에서 통제 실패가 발견됐으며 고객 유치와 거래 감시상의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은 지난 5월 돈세탁 방지 규정 위반 혐의로 인가 취소한 BSI은행에서와 같은 전방위적 통제 부실이나 은행 내부적 위법행위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당국의 이번 조치는 나집 총리가 연루된 1MDB에 대한 미국의 자산 몰수 조치가 시작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국무부는 전날 1MDB에서 횡령한 돈으로 사들인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과 미술품, 기타 사치품에 대한 압류소송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또 미 법무부는 1MDB에서 도둑맞은 돈이 전 세계의 비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탁된 뒤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으로 둔갑해 미국에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1MDB는 나집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면서 2009년에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말 1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가 드러나면서 부실과 비리 관련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나집 총리 개인 계좌에 8천억원에 달하는 돈이 흘러들어 간 정황이 포착되면서 본격적인 국제 수사가 진행됐다.

스위스 검찰은 지난 1월 말 1MDB 운영 펀드에서 약 40억 달러(4조5천800억 원)의 자금 유용 정황을 밝혀냈다. 이어 MAS와 싱가포르 상무국도 2월 나집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비자금의 유출입 통로로 의심되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 계좌를 다수 압수하고, 말레이시아, 스위스, 미국 등과 공조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특히 싱가포르 당국은 1MDB를 통한 돈세탁 과정에 BSI은행 전·현직 임직원 6명이 개입한 상황을 확인하고, 이 은행에 대한 인가를 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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