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다시 늘어나는 난민…"터키 '열린 뒷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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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다시 늘어나는 난민…"터키 '열린 뒷문' 방치"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8.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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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쿠데타를 진압하면서 생긴 혼란으로 터키가 '난민 밀수꾼'을 방조하는 바람에 그리스에 다시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난민 대책에 합의, 이행하면서 급감했던 난민이 터키의 혼란에다 이동이 편한 여름철 대목을 맞아 다시 그리스로 몰려들고 있다.

▲ 아테네 옛 공항시설에서 노숙하는 난민 소녀

그리스 섬에 도착한 난민은 이달 들어 17일까지만 해도 모두 1천367명으로, 5월 한 달간의 1천721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스에는 이미 1만명 이상의 난민이 레스보스와 치오스, 사모스 섬 등지에 머물고 있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내전과 가난을 피해 온 이들은 수용소에서 머물며 난민 신청을 해 최장 2년까지 걸리는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3월 EU와 터키가 난민 대책에 합의하고 4월에 레스보스 섬의 난민 중 무자격자 202명을 터키로 돌려보냈지만, 그 이후 난민 신청이 몰리고 신청자 자격을 심사하는 그리스의 인력이 모자라 이렇다 할 송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애초 터키가 난민 송환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EU가 부여하기로 한 터키의 비자면제 혜택도 적용이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

야당 인사나 언론을 탄압할 우려가 있는 터키 테러방지법을 개정하는 게 비자면제의 조건이었으나 터키는 테러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쿠데타 진압 후 더 강화됐다.

국제 아동 구호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은 그리스 섬에 도착하는 난민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90명으로, 5월의 50명보다 많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물론 난민 유입이 절정이던 지난해 8월 한 달간 총 10만7천843명이 도착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세이브더칠드런 그리스 지부의 이마드 아운은 쿠데타 이후 터키의 '행정 혼란'으로 난민 밀수꾼의 단속이 느슨해져 난민이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난민 이동 통로가 비공식적으로는 활짝 열려 있다"면서 "난민의 공식 수치가 작년보다 감소했다는 이유만으로 난민 위기가 해소됐다는 헛된 성취감이 EU 지도자들 사이에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비회원국으로 발칸 반도 중심에 있는 세르비아에 비공식적으로는 하루 300명씩 한달 9천명의 난민이 들어간다면서 '발칸 루트'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난민이 들이닥치면서 관광객이 급감하자 그리스 섬마을 주민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현장 르포로 전했다.

지난해 8월 온마을 주민 100여 명이 터키 쪽에서 바다를 건너 하루에 수천명씩 밀려 닥친 난민을 구조하고 돌봐주는 데 몰두했던 스칼라 시카미니아스 섬의 경우 오징어잡이 철이 끝나면 몰려들곤 했던 독일, 스웨덴 관광객이 급감했다.

관광 시즌에 서너 달씩 호텔과 술집에서 일하던 어부들은 수입은 80%가량 줄어들었고, 어부 스트라티스 발라미오스의 경우 다섯 달씩 일하던 술집 부업을 올해는 한 달밖에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아운은 "주민은 피로와 긴장으로 지켰다"며 "관광 수입 감소가 상황을 악화시켜 주민들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 공원에서 아침을 먹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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