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90대 피해자들 "죽기 전에 나치 묵인자 처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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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90대 피해자들 "죽기 전에 나치 묵인자 처벌해달라"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8.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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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홀로코스트 날을 맞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헌화하는 생존자들

[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나치 정권에서 경비, 회계 같은 업무을 보며 집단학살을 묵인한 이들을 빨리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90대 고령이 된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들 동조자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를 보고 싶다고 독일 사법부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난 80명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출신 인사 중 한 명인 로만 켄트 '국제 아우슈비츠 위원회'(IAC) 회장은 17일(현지시간)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은 고령인 90대로 독일 사법부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재판이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2011년 나치 수용소 경비병 출신으로 당시 91세이던 존 뎀얀유크를 기소하면서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뎀얀유크는 2011년 뮌헨 법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고, 그 이듬해에 사망해 독일 공식 기록상 유죄로 기록되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휴브너 IAC 부회장은 수백만명의 유대인 등을 처형한 나치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일했던 노인 2명의 항소심이 법원의 복잡한 절차에 따라 재판 기일을 정하지 못한 채 지연되는 바람에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이 한때 품었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브너 부회장은 "뎀얀유크 기소를 계기로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깨졌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그는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생존자들은 독일 사법 당국을 점점 더 혹독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뎀얀유크 기소는 증인이나 구체적인 범죄 증거로 입증되지 않는 한 나치 부역 혐의로 개인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독일 사법 당국의 방침이 수십년 만에 바뀐 것으로 생존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겼다.

하지만 가해자 역시 피해자 못지않은 고령이라는 점에서 재판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거나 재판 도중 사망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나치 범죄를 전담해 기소하는 독일 루드비히부르그 법원은 지난주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의 스투토프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근무했던 남성 4명과 행정원으로 일했던 여성 4명을 기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아우슈비츠에서 무선 통신사로 활동한 현재 92세의 한 여성은 26만명의 수감자 처형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에 부적합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지난 4월에는 아우슈비츠에서 일했던 나치 비밀경찰 출신의 노인은 재판 시작 며칠 전에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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