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中·日 사이서 실리 챙기기 '양다리'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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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中·日 사이서 실리 챙기기 '양다리' 외교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11.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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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이 역내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노골적인 양다리 외교를 펼치면서 실리를 챙기고 있다.

경제력을 앞세워 아세안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에 맞서 미국과 함께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일본의 전략이 부딪치는 지점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난 16일 일본을 방문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순시선을 제공받기로 했다. 일본은 이날 회담에서 대형(길이 90m) 중고순시선 2척을 말레이시아에 제공키로 합의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순시선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의 속셈과 말레이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 사진=일본이 필리핀 해양경비대에 인도한 다기능순시선의 지난 8월 마닐라항 도착모습.(연합뉴스 제공)

나집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순시선 제공합의 사실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아베 총리와 긴밀하게 연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간 고속철도 건설에 신칸센(新幹線)이 채택되기를 열망하는 아베 총리의 내심을 의식한 듯 고속철도 문제가 "일본의 최우선 관심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립 서비스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라고 강조한 남중국해 문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을 의식해서다.

나집 총리는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가 지난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기각하고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놓았지만,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채 사태를 지켜보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런 상태로 지난달 말에는 중국을 방문해 총 330억 달러(약 39조 원)에 달하는 지원을 얻어 냈다. 대신 말레이 반도 동쪽 해안철도건설을 중국기업에 발주하고 중국제 초계함 4척도 구매키로 했다. 중국은 일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간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실리 외교를 추진하는 건 말레이시아뿐이 아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지난달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에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 그는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강조해 거액의 경제지원을 얻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한 아웅 산 수 치 미얀마 국가고문 겸 외무장관도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

일본도 이들 국가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양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나집 총리의 방일은 10월 하순 일본 측이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고 적극 요청한 끝에 이뤄졌다.

이들 국가와의 연대를 재확인함으로써 남중국해 문제에서 일본 편으로 끌어들이고 총리가 앞장서 세일즈에 나서 기대를 걸고 있는 신칸센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서로 상대의 속셈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자국에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실리 외교의 현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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