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탠트럼' 속 위안화 절하에 비상…韓경제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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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탠트럼' 속 위안화 절하에 비상…韓경제 타격 우려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11.27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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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시장의 '탠트럼'(발작) 속에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질 기세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걸면서 신흥국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트럼프가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신흥국에선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원화약세가 더욱 속도를 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달러당 7위안 시대…韓 등 신흥국 통화 가치추락 속수무책
27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 25일까지 달러화 대비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은 무려 12.7% 추락한 멕시코 페소화다.

이어 터키 리라화가 9.4% 떨어지면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6.1% 하락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한국 원화도 4% 가까이 떨어져 아시아 국가 중에 통화가치 절하율이 높은 축에 속했다.

이런 통화 약세 방어를 위해 신흥국들은 통화정책 운용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멕시코는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4.75%에서 5.25%로 인상했고 말레이시아는 지난 23일 정책금리를 동결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중단했다. 터키는 24일 기준금리를 7.5%에서 8%로 올려 2014년 1월 이후 거의 3년 만에 첫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 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이 기간 역외시장 기준 2.2% 떨어지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절하율이 낮았지만, 그 가치는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국이 성장저하를 막기 위해 위안화를 본격적으로 절하하기 시작한 작년 8월 이후에는 11.7% 떨어져 달러당 7위안에 다가가고 있다.

 반면에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2005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는 트럼프가 내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가 신흥국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12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 우려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신흥국에서는 자금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주식 펀드 자금은 선진시장의 경우 지난달 236억 달러 순유출에서 이번 달 493억 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지만, 신흥시장은 10월 53억 달러 순유입에서 11월 78억 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나타나고 있는 아시아 금융시장의 트럼프 탠트럼은 보호무역주의의 직접적 영향과 재정적자 확대 등 간접적 영향이 중첩돼 장기화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진=달러화.(연합뉴스 제공)

◇ 위안화 절하 외환위기 원인 되기도…"韓 경제 타격 등 유의해야"
현재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신흥국 통화가치가 동반 절하되고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환율 하락으로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체감되지 않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과 무역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중국은 앞서 지난 1994년 단일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5.8위안에서 달러당 8.7위안으로 단숨에 49% 인상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대대적으로 절하한 바 있다. 1990년대 초 수출 둔화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중국과 경합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져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환율 절하와 해외차입 확대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되기도 했다.

중국은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위안화의 점진적 강세를 유지해오다, 작년 8월 이후 부진한 성장을 부양하기 위해 재차 위안화 절하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고, 대선 과정에서 중국 수출품에 관세 45% 부과도 장담했기 때문에 내년 4월 환율보고서 발표 등 후속조치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이 심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주장한 대로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이 현행 4.2%에서 45%로 상승할 경우 중국의 대미수출은 연간 87%, 성장률은 4.8%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다이와증권은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위안화 약세까지 더욱 속도를 내면 외국인 자본유출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본토시장의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홍콩의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가치와 차이가 커지면서 절하속도를 통제하려는 인민은행의 전략을 꼬이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자본유출이 심해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0월말 기준 3조1천200억 달러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중국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국무원은 곧 이런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설 정도로 통화약세가 가속화하면 아시아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확대되면 러시아나 브라질 등 산유국들이 디폴트를 낼 수 있다며, 원화도 달러당 1천200원 수준까지 약세가 심화되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외환팀장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다는 것은 레벨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터치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12월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까지는 불안한 흐름이 계속되다가 이후 큰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신흥국 통화약세가 가속화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며 "자본유출이 가속화하면 러시아나 브라질 등 원유수출국이 디폴트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원화도 달러당 1천200월을 넘어 약세로 갈 경우 경제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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