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美·中 무역전쟁에 韓도 타격 불가피…줄타기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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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美·中 무역전쟁에 韓도 타격 불가피…줄타기 잘해야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12.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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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G2(주요2개국)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최고조를 향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산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당선인이 37년간 미·중 관계의 근간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뒤 양국 간 공방은 아슬아슬할 지경이다.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인정을 놓고 요란하게 치고받더니 자동차는 물론 쌀, 밀, 옥수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지난 주말에는 수중드론을 놓고 대치했다. 갈등을 빚는 사안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미 2년째 쪼그라들고 있는 세계무역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돼 수출대국 한국에도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

▲ 사진=중국의 GM 공장.(연합뉴스 제공)

◇ 트럼프 취임 전부터 아슬아슬…'하나의 중국' 건드리자 '퍼펙트스톰'
미·중간 무역전쟁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준비 과정에서 37년간 미·중 관계의 근간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면서 급격히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3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1979년 양국의 수교가 끊어진 이후 처음으로 통화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지난 11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1979년 이후 37년간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역문제와 북핵 등 다른 문제와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로 다음 날인 12일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는 중국이 WTO 가입 후 15년간 반덤핑 절차에서 비(非)시장경제지위를 감수하기로 한 조항의 일부가 11일 만료된 데 따른 후속조치이지만, 신속한 대응이었다.

비시장경제지위 국가로 분류되면 시장경제지위 국가로 인정받을 때에 비해 무역상대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시 덤핑마진이 높게 산정돼 고율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은 이틀 후인 14일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판매상들에게 고정가격을 지시해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회사에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로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GM의 최대 시장으로, 이 회사는 지난 1∼8월 사이 중국에서 모두 238만대의 신차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196만대를 판 것과 대비된다.

중국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 국채를 대량매도해 일본에 최대 채권국 지위를 내줬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다음날 미국은 다시 WTO 제소로 응수했다.

미국산 쌀과 밀, 옥수수 수입량을 부당하게 제한해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중국이 저율관세할당(TRQ·tariff-rate quotas)으로 알려진 복잡한 수입 장벽을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운영해 미국 곡물 업자들에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후 중국은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에서 미군 소유물인 무인 수중드론을 압수했고, 미국은 "즉각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국 간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독점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대해 미국은 그동안 '항행의 자유' 원칙을 내세워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활동을 지속해왔다.'

▲ 사진도쿄항.(연합뉴스 제공)

◇ 韓 수출 8위로 전락…수출대국 중 수출액 감소폭 英 이어 가장 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해 세계무역이 위축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한국과 같은 수출대국이다.

이미 세계무역 규모는 2년 연속 쪼그라들면서 6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이미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 세계 주요 71개국 간의 수출액과 수입액을 더한 무역액은 23조5천310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이는 201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71개국 간 수출액 감소세는 2014년 4분기 이후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째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3분기까지 4개 분기만 감소했었다.

올들어 3분기까지 미국의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0%, 중국은 8.2% 감소했다.

수출대국 한국의 위상은 작년 말 6위에서 올해 3분기 8위로 2계단 추락했다.

올해 3분기까지 수출 세계 1위는 중국(1조5천247억 달러)이었고 2∼5위는 각각 미국(1조751억 달러), 독일(1조90억 달러), 일본(4천754억 달러), 네덜란드(4천187억 달러)가 차지하며 작년 전체 순위와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3천631억 달러)은 홍콩(3천749억 달러)과 프랑스(3천731억 달러)에 밀려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낮은 8위로 떨어졌다. 이탈리아(3천436억 달러)와 영국(3천9억 달러)은 각각 9, 10위다.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수출액 감소 폭은 8.5%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를 겪은 영국(-12.3%)에 이어 2번째로 컸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G2 간 무역전쟁으로 통상마찰이 심화하면 가공무역을 통한 한국의 수출에는 더욱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양국의 통상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한국도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G2는 서로 경제의존도가 높아서 실제로 극단적 조치를 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한국은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옛날 같으면 지켰을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중국이 당황해 서로 잽을 날리면서 뉴노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며 "미국도 중국도 통상정책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도 기존의 관행을 잊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새로운 대응책 모색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처를 할 경우, 화살이 자국으로 되돌아오게 돼 정책적 수단이 제한적"이라며 "한국으로서는 양국 간 줄타기를 잘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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