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로 전세계 '장미빛 미래'?…韓·中·獨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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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효과'로 전세계 '장미빛 미래'?…韓·中·獨은 '울상'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12.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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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올해 저유가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힘겨운 1년을 보낸 세계 경제가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기 부양책과 유가 상승을 바탕으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는 2%대로 가라앉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지만, 내년에는 다시 3%대를 회복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보호주의 무역 기조를 강화할 경우 한국을 비롯해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독일 등의 경제 성장률은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 사진=사진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 설치된 TV 화면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비치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 세계경제 성장률 2.9%→3.2%로 반등 기대…트럼프노믹스·유가상승 덕
25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IB 41곳의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3.2%로, 올해(2.9%)보다 높았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과 동일한 수치다.

IB 가운데서도 바클레이스와 골드만삭스 등은 내년도 성장률이 3.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도 성장률 전망 중간값은 3.4%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IB들은 점쳤다.

이처럼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로 국제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데다가 트럼프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의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연설에서 인프라 투자와 감세 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 중간값은 2.2%로, 올해(1.6%)보다 크게 오를 전망이다. 2018년 성장률 전망치는 2.3%였다.

특히 대선이 있었던 11월 당시의 조사치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진 12월의 조사치가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지난달 IB들은 내년 성장률을 2.2%로 봤지만, 이달에는 2.3%에 달할 것이라는 답을 주로 내놓았다.

트럼프는 지난 9월 경제정책 공약을 제시하며 "(성장률을) 3%로 내다보고 있지만 5%, 심지어 6%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고 내후년에 6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유국 경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 브라질 등은 지난해와 올해 역성장을 했지만 내년에는 마이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0.6%일 것으로 추산되지만, 내년 전망치는 1.1%였다. 브라질도 올해 -3.4%에서 내년도 0.9%로 회복할 전망이다.

이 덕에 브릭스의 성장률도 내년부터는 5% 선을 무난히 되찾을 것이라고 IB들은 예상했다.

▲ 사진=올해 저유가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힘겨운 1년을 보낸 세계 경제가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기 부양책과 유가 상승을 바탕으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韓·中·獨 등 제조업 국가들 신음 예상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한국, 중국, 독일, 이탈리아, 멕시코,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7개국은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올해보다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로, 트럼프가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시동을 걸 경우 직격탄을 맞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37개 IB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 중간값이 2.6%로, 올해 2.7%보다 소폭 낮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와 노무라 증권은 내년도 성장률을 각각 2.0%로 전망했으며, 특히 노무라는 2018년 성장률도 1.7%에 그칠 것으로 봤다.

국내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대부분 3.0%의 벽을 넘지 못했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의 내년도 한국 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이라고 봤고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은 각각 2.6%, 2.7%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우 당초 2020년까지 목표 성장률을 6.5∼7%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최근 회의에서 트럼프 집권을 언급하며 내년도 성장률이 6.5%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가 중국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무역 갈등에 따른 경제 타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 내에서 제조업 1, 2위 국가로 꼽히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2017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4%, 0.8%로 올해보다 낮았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각국의 경제 상황을 위협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영향으로 영국은 성장률이 올해 2.0%에서 내년 1.2%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내년 초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있어 조기 대선 변수에 직면했다.

독일은 당장 내년에 총선을 앞뒀지만 난민 관련 사건으로 현 정권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좁아졌고, 이탈리아는 국민투표 부결로 내년에 조기총선 논의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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