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원유·가스 생산 적극 개발에 에너지업계 '기대반 걱정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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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원유·가스 생산 적극 개발에 에너지업계 '기대반 걱정반'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7.01.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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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셰일가스와 원유 등을 적극 개발하기로 하면서 국내 에너지 업계도 싼값에 원자재를 도입하는 길이 열릴지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가스·원유 생산을 늘리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 공급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정부도 '미국 우선주의'에 부응해 셰일가스·셰일오일 등 미국산 원자재 수입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다만 천연가스(LNG)업계는 현재 가스 시장의 구조와 규제 아래에서는 무작정 수입을 늘리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 가스업계 "셰일가스 수입 늘리라지만…수요가 없는데"
2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대외경제정책방향'에서 셰일가스 등 미국산 원자재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를 달래기 위한 것이다.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이 쌓인 퇴적암(셰일층)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를 말한다.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은 이미 추진돼오고 있었다. 도시가스용 LNG(액화천연가스)를 독점적으로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6월부터 20년간 매년 280t의 셰일가스를 미국 루이지애나의 사빈패스 LNG 터미널에서 들여오기로 돼 있다.

SK E&S도 이달 초 사빈패스에서 셰일가스 6만6천t을 수입했다. 발전소 시운전을 위한 물량이다. 또 2019년부터는 미국 프리포트 프로젝트에서 20년간 셰일가스를 연간 최대 220만t 들여오기로 했다.

GS EPS 역시 미 캐머런 프로젝트에서 2019년부터 20년간 매년 60만t의 셰일가스를 수입한다.

3∼5년 전 셰일가스 붐이 일었을 때 미국산 LNG를 도입하기로 했던 것들이다.

문제는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이미 계획한 것 이상으로 가스나 원유 수입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가스업계는 난색이다. 정부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국내에 용처가 없는데 무턱대고 수입해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천연가스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다. LNG발전소를 가동하거나 도시가스용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해마다 낮아지는 실정이다. 연료값이 상대적으로 싼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 밀려서다.

2013년 67%였던 LNG발전소 가동률은 2014년 53%, 지난해 40%로 하락하는 중이다.

도시가스용은 시장 자체가 막혀 있다. 가스공사가 독점하는 시장으로 민간 LNG 수입사는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없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수입해온 가스가 남아도 팔 수가 없다"며 "여기에 연료비가 싼 발전소부터 돌리는 현재의 경제급전 방식의 전력 시장 구조에선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전기 생산 원료 중 우라늄이나 석탄과 달리 가스에만 유일하게 관세(3%)를 매기는 것도 가스업계로선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

◇ 정유업계 "값싼 원유 나올까 기대…미 석유개발 참여 기대도"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는 우려보다 기대가 더 큰 편이다. 좀 더 값싼 원유를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원유 도입을 다변화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실제 GS칼텍스는 지난해 11, 12월 두 달간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을 수입했다. SK이노베이션]도 2년 전 원유가 아닌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를 들여온 적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주의 깊게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두바이유 간 가격 차(gap)를 살펴보는 중"이라며 "경제성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미국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WTI가 두바이유보다 6∼7달러 정도 싸지면 운송비를 감안해도 경제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가격 차가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미국산 원유 도입 때 관세 면제 등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유럽산 원유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납사 등으로 정제할 때 생기는 정제마진이 워낙 박한 만큼 미국산 원유 도입을 크게 늘리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석유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자원개발(E&P) 사업부의 본사를 국내에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미국 현지 자산 관리, 기술적 지원 등을 맡아오던 휴스턴 지사가 최종 의사결정, 전략·기획·재무·인사 등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메이저 석유·가스개발 기업들과 정보 교류, 기술 습득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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