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소비문화 확산…한국 산업 판도 바뀐다
상태바
1인 소비문화 확산…한국 산업 판도 바뀐다
  • 조성민 기자
  • 승인 2017.01.31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조성민 기자] 칸막이로 나뉜 테이블마다 혼자 라면을 즐기는 손님들, 1인용 화로에 고기를 구우며 혼술(혼자 마시는 술)하는 직장인들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2010년 이전까지만해도 이웃나라 일본에서나 볼 수 있었던 '1인 소비'의 풍경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1인 가구가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1인 전용 상품과 서비스도 쏟아지고 있다.

집단성이 강한 인류역사에서 이렇게 혼자 하는 문화가 등장한 것은 주목되는 일이다.'

 ◇ 간편식 시장 '폭발'…1인용 고등어구이·낱개 포장 호빵 '히트'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끼니 해결이다.

과거에는 요리하는 번거로움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큰 맘 먹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해도 남은 재료와 음식들이 '처치 곤란'인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1인 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면서 1~2인분 소포장 식품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편의점 도시락과 식품업체의 즉석밥 등의 품질도 거의 집밥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졌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의 컵밥류는 즉석밥과 국·덮밥 소스 등이 함께 묶여 있어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바로 식사할 수 있다.

따로 그릇에 담을 필요가 없어 설거지 걱정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집에서 육개장, 사골곰탕, 부대찌개, 두부김치, 삼계탕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마트의 '피코크',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등 대형마트들도 자체 식품브랜드를 통해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각종 국과 탕, 구이용 고기와 생선까지 1~2인분 먹을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마트의 간편식 자체브랜드인 피코크는 2013년 200종의 상품을 선보이며 매출 34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천종까지 상품 수를 늘렸고 매출은 1천750억원에 달했다.

켈로그는 시리얼을 컵 형태의 작은 용기에 담은 '켈로그 컵 시리얼'을 출시했고,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과일이나 샐러드를 1인용으로 담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씨유(CU)가 4개들이 호빵 포장을 1개들이로 바꿔 내놓아 '히트'를 친 것도 혼자 사는 사람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런 '1인 소비' 바람은 출시 후 역사가 수 십년에 이른 전통 브랜드의 모습까지 바꿔놨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빙그레 투게더는 지난해 각각 두 개들이 소포장 제품과 1인용 소용량 제품을 새로 선보였다.'

▲ 사진=할리스커피의 1인 전용석.(연합뉴스 제공)

◇ 피자·커피 등 외식업, 1인용 메뉴·좌석 준비 '한창'
집에서 즐기는 '혼밥'을 넘어 외식도 '당당하게' 혼자 즐기는 시대다.

피자헛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안에 1인 고객 전용 '뉴 익스프레스' 매장을 열었다. '한 끼 든든 라이스 피자'(5천900원) 등 1인 고객을 위한 메뉴를 주로 판매한다. 피자, 감자튀김, 음료 등으로 구성된 1인용 세트도 6천~7천 원대 가격으로 판매한다.

파파존스도 혼자 즐기기 적당한 크기인 레귤러 사이즈 피자를 중심으로 '레귤러 세트'를 선보였고, 죠스떡볶이 역시 매운떡볶이·진짜찰순대·수제 튀김 등으로 구성된 1인 메뉴를 5천원에 팔고 있다.

이 밖에도 1인용 화로 고기구이, 1인용 샤브샤브, 1인용 보쌈 등 다양한 '혼밥'용 외식 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곳곳에도 1인 고객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할리스는 주요 매장에 1인 좌석 및 도서관 형태의 분리형 좌석을 설치했다.

빙수 전문점 설빙은 기존 빙수가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고객을 위해 1인용 빙수를 출시했다.

외식업계에 '나홀로' 열풍은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발표한 '2017년 외식트렌드'에서 "1인 외식이 보편화 되는 소비 시대가 될 것"이라며 "혼밥을 넘어 혼자 술과 커피를 마시며 나홀로 외식을 즐기는 외식문화가 확산된다"고 내다봤다.

◇ 노래방·여행·호텔도 '나홀로'…"1인 산업 계속 커질 것"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1인 전용 노래방처럼 혼자 노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늘었다.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혼자 영화를 즐기는 1인 관객의 비중이 크게 늘자 이들을 위한 1인용 팝콘세트를 개발했다. 향후 신설 영화관의 경우 1인 전용 좌석을 늘리는 방안 등도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른바 '혼여족'도 증가하면서, 제주도 등지에는 1인 전용 게스트하우스가 생겼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면서도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추억을 나누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일본 도쿄 건담 투어, 영화 '너의 이름은' 배경장소 여행, 고양이 여행 등 원하는 주제에 맞춰 떠나는 여행 패키지의 예약자 절반 이상은 '나홀로' 여행족이다. 여행사는 고객이 원할 경우 비슷한 연령대인 동성 여행자와 한 방을 잡아줘 객실료를 아낄 수 있게 배려하기도 한다.

호텔들도 1인용 패키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롯데시티호텔, 그랜드힐튼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쉐라톤 그랜드 인천 등 서울과 인천 호텔 10여곳이 1인용 패키지를 선보였다.

배현미 L7 명동 총지배인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호텔에서 혼자 쉬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지난해 9월 준비한 1인 패키지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심야에 도착한 여행객을 위한 1인용 캡슐호텔도 문을 열었다. 캡슐호텔 '다락 휴(休)'는 시간당 7천원∼1만1천원(부가가치세 별도)에 이용할수 있다.

보안, 가전, 가구 등의 산업에서도 1인 가구는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스원, KT텔레캅, ADT캡스 등 보안업체들은 1인 가구 전용 보안상품을 내놨고, 1인 가구의 수요 덕에 냉장고·세탁기·밥솥 등 소형가전 시장도 불황 속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샘,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체들도 1인용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간편식으로 출발한 1인 가구 관련 산업은 1인 가구의 부족한 점, 불편한 점을 채우며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