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23년만에 전면파업…분사 앞두고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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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23년만에 전면파업…분사 앞두고 갈등 심화
  • 이경영 기자
  • 승인 2017.02.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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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이경영 기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23일 23년 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등 현대중공업의 비(非)조선 사업 부문 분사를 앞두고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사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노조가 회사의 사업분할 방침을 승인할 주총을 반대하기 위해 압박용으로 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전체 조합원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1994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8시간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다. 이중 조선 부문 조합원은 1만3천명 정도이다.

일단 회사측은 이날 전면파업에도 조업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진=23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노조의 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선박 건조 인력 중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의 비율이 3대 7 정도여서 전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해도 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노조 파업의 참여율이 10~20%에 그치는 등 미미한 편이었다.

노조는 24일과 주총이 열리는 27일에도 전면파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비조선부문의 분사를 놓고 이처럼 갈등을 빚는 이유는 분사의 배경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불황과 수주절벽 위기를 타개하려면 비조선 사업 부문의 분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 소식지에서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조선 외 다른 업종은 그동안 세계 1등도 아니면서 세계 1등처럼 지내왔다"는 '반성문'을 썼다.

▲ 사진= 23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그러면서 "사업분리는 미래를 위한 필수 선택이자 다같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호소했다.

회사 분할 시 순환출자구조 해소로 지배구조 투명성이 강화되고, 현대중공업의 차입금이 크게 줄어들며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점 등도 분사의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노조는 이번 분사가 조합원들의 고용 불안, 임금 삭감, 근로조건 저하와 노조 무력화 등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역 경제와 지역 일자리를 거론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에서 떨어져 나가는 5개 회사의 본사가 각각 ▲ 현대그린에너지 충북 음성 ▲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산 ▲ 현대 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서울 ▲ 현대건설기계 서울 ▲ 현대로보틱스 대구 등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무소속 김종훈 국회의원(울산 동구) 등은 회사 분할의 진짜 의도가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자사주 의결권을 활용해 대주주 지분율을 높여서 재벌 지배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같은 노조와 지자체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7일 주총에서는 현대중공업 분사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회사의 분사 방침은 경영판단으로 노조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며 주총 의결로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현대중공업이 추진하는 분사에 찬성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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