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시공자 교체…되레 ‘역풍’ 맞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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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시공자 교체…되레 ‘역풍’ 맞을 수도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7.04.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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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주공1단지, 진퇴양난…방배5·구마을3은 재협상 타진
▲ 지난달 26일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이 총회를 열고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사진=최영록 기자.

[코리아포스트 최영록 기자] 최근 서울·경기 주요지역 재건축구역들 사이에서 시공자 교체바람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3지구, 서초구 방배5구역,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단지 등이 대표적 현장이다.

현재 해당 재건축조합들은 이미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했거나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분양시장 호조세에 편승해 사업성 개선의 가능성이 커지자 시공자 교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사업성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시공자를 교체하는 데만 급급하다보니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천주공1단지의 경우 조합은 본계약 협상을 개시한 지 일주일 만에 기존 시공자인 포스코건설을 배제한 상태에서 지분율을 2.75% 인상하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총회를 통과시켰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관리처분계획 내용에 대해 수용을 거부하자 결국 조합은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시공자 재선정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달 26일 총회에서 최소 일반분양가 3.3㎡당 3313만원을 제시한 대우건설을 선정했다.

여기까지는 별 탈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각 사들이 수주전을 치르던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과천주공1단지의 일반분양가 3000만원이 넘을 경우 분양보증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3일 HUG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고분양가를 억제하기 위해 ‘고분양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일반분양가를 3300만원 대로 끌어올리면 조합원들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기대는 ‘그들만의 착각’이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공사비도 기존보다 높다. 기존 시공자의 3.3㎡당 공사비는 405만원이었는데 새 시공자인 대우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440만원이었다. 다시 말해 조합원들은 공사비가 약 35만원 더 비싼 시공자를 뽑은 셈이다.

조합은 HUG의 요구에 맞춰 분양보증을 받을 경우 일반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조합은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고려해 대우건설과 적정 공사비를 다시 산정하는 협상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대우건설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과천주공1단지는 대우건설이 제시한 대안설계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건축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과천시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조합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허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사업지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조합 내부에서는 ‘올해 8월 착공 및 분양’이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대우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해지 관련 소송도 풀어야 할 숙제다. 조합 집행부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600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한다는 내용으로 조합원들을 현혹시켜 계약해지를 추진했다는 게 기존 시공자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건설은 손해배상 및 대여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만약 계약해지 사유가 조합의 귀책으로 밝혀진다면 조합원들은 막대한 금액을 토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사업지연으로 인한 조합운영비와 이주비 이자 등 사업비 규모의 증가에 따라 오히려 조합원의 추가부담이 예상외로 대폭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무리한 시공자 교체로 오히려 조합원들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우게 되는 겪이다.

한편 기존 시공자와 계약해지를 추진했던 방배5구역은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최근 조합은 강남지역의 분양시장 활황으로 사업성이 증대돼 기존의 지분제 방식을 도급제로 전환해 시공자의 추가 이익까지 조합에 귀속하기 위한 명분으로 기존 시공자인 프리미엄 사업단(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사업비 대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트집을 잡아 결국 총회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그러나 조합은 사업단이 대여금 738억원을 직접 지급하는가 하면 도급제로의 사업방식 전환에도 동의하는 등으로 명분이 약해진 상황에서 사실상 계약해지를 강행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시공자 계약해지 후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는 조건이 제2금융권의 6~7%대의 고금리라는 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져 조합은 계약해지 통보를 보류하고 있다.

구마을3지구의 경우에도 지난달 총회를 열어 기존 시공자인 대림산업과 계약해지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해당 안건을 철회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시공자 교체한 것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며 “기존 시공자가 현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법정 분쟁이나 기 차입금 반환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조합원들의 피해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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