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국립도서관에 '직지'보다 앞선 고서 있다…유일본 여럿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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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국립도서관에 '직지'보다 앞선 고서 있다…유일본 여럿 확인
  • 김진우 기자
  • 승인 2017.04.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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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로 부임했던 콜랭 드 플랭시가 수집

[코리아포스트 김진우 기자]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한국의 고서적과 고지도 유일본과 희귀본이 여러점 소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에는 1377년 간행된 '직지심체요절'보다 7년 앞선 137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책인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檀經)과 국내에서 보물로 지정돼 있는 조선 초기 '능엄경'(楞嚴經)도 있었다.

▲ 사진=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육조대사법보단경'.(한지희 학예연구사 제공)

한지희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김효경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 이혜은 숙명여대 교수와 함께 지난해 5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필사본장서부에 보관돼 있는 한국 고문헌을 최초로 실물 전수 조사해 134종, 306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137종, 316책보다는 3종, 10책이 적은 것이다. 이들 책은 중국과 일본의 고서였으나 한국 책으로 잘못 분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 고문헌 134종 가운데 8종은 고문헌의 낱장 혹은 부적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가장 이른 시기의 책은 선종의 제6대조인 혜능(慧能)이 설법한 내용을 담은 '육조대사법보단경'이다. 가로 15.1㎝, 세로 22.6㎝ 크기로, 고려 후기 문신인 이금강이 시주해 경술년에 제작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 사진=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능엄경'.(한지희 학예연구사 제공)

한 연구사는 "시주자 이금강의 이름 앞에 '도순문사광록대부지문하성사'라는 작위가 있다"며 "이금강이 1365년 전라도도순문사로 임명됐으므로 경술년은 1370년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문의 뜻이나 조사, 어미를 표기한 구결이 기록돼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능엄경' 10권, 5책은 1401년에 새긴 목판을 활용해 1456년 찍은 책으로, 서적의 보존 상태와 구성이 완벽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1401년 판본이 있으나, 첫 번째 권의 서문과 권수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15세기에 나온 '능엄경'은 낱권도 보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본은 학술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18세기 고지도인 '관서전도'(關西全圖)와 '영연도'(嶺沿圖)도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됐다.

평안도 지역 지도인 '관서전도'는 가로 218.8㎝, 세로 162㎝인 대형 지도다. 1770년 영조의 명을 받아 신경준이 제작한 도별 지도와 흡사한 유물이다.

▲ 사진=프랑스 국립도서관의 '관서전도'.(한지희 학예연구사 제공)

한 연구사는 "보물로 지정된 경희대 혜정박물관의 경기도, 강원도, 함경도 지도와 색상과 종이 상태가 비슷하다"며 "원래는 이 지도들과 한 세트였다가 분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연도'는 경상도 해안부터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本州)의 서쪽, 규슈(九州), 오키나와(沖繩)까지 합해서 그린 지도로,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형식이다.

이외에도 1488년 간행된 '육경합부'(六經合部)를 비롯해 조선 숙종 대에 복각한 천문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탁본 등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확인됐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한국 고문헌은 대부분 1887년 초대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로 부임했던 콜랭 드 플랭시가 수집한 것으로, 도서관은 1911년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한 연구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한국 고문헌 연구는 그동안 직지와 조선왕조의궤를 중심으로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서지학, 지리학, 미술사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세부적인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성과를 정리한 논문은 한국서지학회의 학술지 '서지학연구' 제69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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