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투자 외면하고 '주가부양'에 매진하는 10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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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투자 외면하고 '주가부양'에 매진하는 10대 기업
  • 이진욱 기자
  • 승인 2017.05.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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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대기업 배당․자사주 규모는 16조8000억…순이익 절반 넘어
(자료=제윤경 의원실)

[코리아포스트 이진욱 기자] 지난해 10대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규모를 합치면 순이익 절반 넘는 16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0대기업 고용의 경우 26만3000명으로 전년대비 3000여명 감소한 상태다.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보다는 ‘주가부양’ 목적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자사주나 배당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국회 정무위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유가증권 상장기업 배당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해 시가총액 상위 10대기업의 배당 및 자사주 취득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윤경 의원실)

지난 해 10대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39조8653억원에 비해 26% 감소한 29조5231억원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현금배당은 8조7640억원으로 2015년 8조5421억원에 비해 3% 정도 늘어났다. 따라서 10대기업 전체를 기준으로, 배당성향(현금배당/당기순이익)은 25.2%에서 27.6%로 2.4%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만 해도 10대기업의 배당성향은 9.1%에 불과했다. 불과 4년 만에 배당성향이 세배가 넘게 급증한 것이다.
 
최근 대기업의 경영형태가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태다. 

과거에는 경영활동을 통해 남은 이익을 다시 투자해 미래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에는 배당과 자사주 확대 등 단기 주주가치 경영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정부가 실시한 배당소득증대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현금배당이 급증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17조3985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1조2066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작년에는 11조5797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3조9919억원을 배당에 쏟아 부었다. 지난 4년간 당기순이익은 33% 감소했지만 배당은 231% 급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2년 6.9%에서 34.5%까지 늘어났다.

(자료=제윤경 의원실)

 
한편 지난해 10대기업의 자사주 취득금액 총액은 7조9943억원으로 2015년(6조5659억원)에 비해 21.7% 증가했다. 

배당이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현금을 준다면, 자사주 매입은 주가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금을 주는 간접배당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사주를 배당금에 포함하면 16조758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54%를 배당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자사주를 포함한 배당성향은 2012년 10.5%에서 4년 만에 다섯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10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급증한 것도 삼성전자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29일, '주가부양' 차원에서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4조2528억원에 이어 지난해 또 다시 7조139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기업 전체의 자사주 취득금액(14조6556억원)의 절반을 삼성전자가 차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이미 1월부터 2조4517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고, 7월까지 2조2552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제윤경 의원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사주와 현금배당에 쏟아 부은 금액을 모두 합하면 11조1313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11조5797억원)의 96%를 주가부양에 쏟아 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부터 실시된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배당과 자사주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되고 있다. 해당 제도는 현금배당 뿐만 아니라 자사주도 소각하면 배당으로 인정해 기업에 세제상의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천문학적인 자사주․배당 잔치를 벌이는 동안 10대기업의 고용은 오히려 3천여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고용은 지난해 93,200명으로 전년보다 3.8%(3698명) 줄어들었다. 프린팅사업부 매각으로 인한 감소분(1500여명)을 고려하더라도 2천명 이상 감소한 것이다. 특히 2015년에 합병한 삼성물산은 작년 말 기준 10,252명으로 15.2%(1831명)나 줄어들었다.

 제윤경 의원은, “대기업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와 배당 잔치에 쏟아 붓고 있는데 어떻게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수 있겠냐” 면서,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남은 이익을 다시 투자해 미래의 성장 동력과 고용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부양 목적의 과도한 자사주와 배당 잔치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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