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기사에 갑질하는 오비맥주 “화장실, 허락받고 2명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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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기사에 갑질하는 오비맥주 “화장실, 허락받고 2명 가라”
  • 정수향 기자
  • 승인 2017.05.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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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정수향 기자] 오비맥주가 여성근로자 트럭에 치어 숨지자 엉뚱한 대책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 전남매일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운전기사들의 화장실 사용을 통제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 오비맥주 공장 측 관계자, 광주지방노동청,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오후 3시 23분께 오비공장 내 운수물류 창고 인근 3거리 회전구간 부근 자체 임시 횡당보도에서 여성 근로자가 후진하는 11t 윙바디 작업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윙바디 트럭은 양쪽 적재함의 개폐가 가능하고, 물건의 상하차가 용이하도록 개조된 내수용 화물운송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특수 화물차량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오비맥주 광주공장은 문제의 ‘야외 화장실’을 곧바로 폐쇄시켜 버렸다. 또 운송 담당 하청업체 운전기사들에겐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고 반드시 직원 동반하에 2인 이상이 함께 가도록 강제 규정도 함께 하달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비맥주 광주공장의 이런 조치는 화장실 사용을 사실상 제한한 것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비맥주에 운송업무를 하는 한 운전 기사는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모두 나이가 모두 4~50대인 한 집안의 가장이다”라며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 주진 못할 망정 허락받고 화장실을 가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강제규정 뒤엔 사고 책임을 온전히 화장실 이용자와 트럭 운전자의 과실로 여긴 오비맥주측의 갑질 의식이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오비맥주 운전기사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매일 수백대의 대형 트럭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급 커브길로 된 좁은 도로여서 평소에도 매우 위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장측이 이동이 용이하도록 주변 모퉁이에 수십톤의 물품들을 적치하는 바람에 운전자들이 시야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현장 주변엔 공장 근로자들이 지나다니도록 임시 횡단보도와 화장실이 나란히 설치돼 있어 평소 사고 위험성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 역시 피해 여성근로자가 화장실을 다녀 온 후 횡단보도를 건너다 트럭에 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 산업현장의 경우 지게차, 운송용 트럭 등 대형 중장비 기기를 운영할 시 ‘신호수’를 배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날 사고 역시 신호수 한명만 현장에 배치 돼 있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인재였다는 것이 운전 기사들의 시각이다. 

코리아포스트는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오비맥주 홍보실측과 반복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오비맥주는 지난 2001년 두산그룹에서 벨기에 인터브루로 매각된 외국계 회사로 현재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이다. OB골든라거, 카스, 카스라이트, 카프리 등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 광주광역시, 충청북도 청주 총 3개 생산공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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