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업계의 '부활', 국제 석유시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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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업계의 '부활', 국제 석유시장 흔든다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7.05.10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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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미국 셰일업계가 뚜렷한 부활의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석유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미국 셰일업체들이 최근 발표한 실적을 보면 이들의 경영상황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성장전망도 밝다는 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주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되돌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셰일업계의 생산이 늘어나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셰일업체들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47달러를 가리키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생산량도 늘릴 수 있는 형편이다.

설비투자 비용을 충당할 만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부채와 증자에 의존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들 기업이 늘 안고 있던 약점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 사진=미국 셰일업계가 뚜렷한 부활의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석유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연합뉴스 제공)

콘티넨털 리소시즈의 최고경영자(CEO)인 해럴드 햄은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기 이전에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장기간 밑돌 일은 없다고 장담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 셰일업계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내세운 이유였다.

하지만 콘티넨털 리소시즈는 요즘 배럴당 50∼55달러 선에서 자체 현금만으로 연간 20%의 증산을 추진할 수 있고 40달러 초반대에서도 꾸준한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형편이 좋아졌다.

햄 CEO는 지난주 애널리스트 대상 설명회에서 "미국이 에너지 선도국 자리를 되찾았다"면서 "미국 셰일업계는 지금과 같은 여건이라면 효율적으로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업계의 유정 굴착 작업은 1차 셰일 붐이 마무리 단계였던 2014년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 사진=OPEC 비회원국도 감산 합의.(연합뉴스 제공)

석유정보업체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미국 셰일업계가 수직 유정에 투입하고 있는 굴착 장비는 지난 12개월 전 248개에서 지난주 598개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미국 셰일업계가 새로이 공을 들이고 있는 퍼미언 분지에서는 가동되고 있는 굴착 장비의 수가 이미 내년으로 예상됐던 정점에 도달했다.

컨티넨털 리소시즈의 햄 CEO는 "굴착 활동이 회복될 것으로 봤지만, 이처럼 빨리 현실화된 것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고 밝히면서 "누구도 이를 예상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신규 유정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조짐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에너지 센터의 제이미 웹스터 소장은 최근 새로 가동된 굴착 장비로 2014년 가을 무렵보다 2.5배 많은 원유를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셰일업체들은 그 덕분에 올해 생산량을 대폭 늘려 잡고 있다.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즈는 올해 15∼18%, 2026년까지는 연평균 최소 15%의 생산량 증가를 점치고 있다.

마라톤 오일은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선을 유지한다면 문제를 안고 있는 리비아 유전을 제외한 회사 전체의 생산량이 올해부터 2021년 사이에 연간 10∼12%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업체들이 증산 경쟁에 나섬에 따라 미국의 산유량이 내년에는 하루 1천만 배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생산량의 신속한 증가에 동반해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조짐도 없다.

대형 셰일 원유 생산기업인 EOG 리소시즈는 올해 1분기에 굴착과 유정을 완성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난해 평균보다 6% 낮출 수 있었다. 효율을 개선하고 새로운 유정 개발업체와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은 덕분이었다.

FT는 미국 셰일업계가 안고 있는 최대의 위협은 바로 업계 자체의 호황이라고 지적했다. 너도나도 생산량을 늘리면 시장에 대량의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EIA 국장 출신으로 현재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근무하는 애덤 시민스키는 이를 "공유 목초지의 비극"에 비유했다.

그는 "양 한 마리가 공유지에서 풀을 먹는 것은 괜찮지만 양 떼가 먹어대기 시작하면 곧 맨땅이 되는 법"이라고 설명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누가 이 모든 셰일 원유를 사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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