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5구역, 공사비는 높고 조건도 나빠…이럴 거면 왜 잘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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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5구역, 공사비는 높고 조건도 나빠…이럴 거면 왜 잘랐나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7.05.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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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포스코·롯데 최종 483만원 제안은 거부…505만원에 선정할 판
▲ 방배5구역 재건축 조감도.(자료=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코리아포스트 최영록 기자] 더 나은 조건으로 새로운 시공자를 찾기 위해 나선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하지만 의아하게도 기존 시공자가 제안했던 것보다 못한 조건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조합원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배5구역은 2013년부터 시공자 선정절차에 나섰다. 그것도 지분제 사업방식이었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었던 탓에 향후 미분양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합의 묘안이었다.

그러나 2014년 2월 한 차례 유찰을 겪는다. 지분제 방식이 건설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지분제 방식을 고수한 채 재입찰을 추진했고, 그 결과 같은 해 6월 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프리미엄사업단을 시공자로 맞이했다.

입찰 당시 프리미엄사업단의 조건은 ▲3.3㎡당 공사비 488만원 ▲일반분양가 3.3㎡당 2500만원~3100만원일 때 지분율 111~145% ▲3100만원 초과 시 분양수입금 5:5로 배분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고분양가에 걸맞은 마감재를 상향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후 2015년 4월 이러한 입찰조건과 계약내용으로 조합원 총회에서 인준을 받았고, 같은 해 말에는 관리처분인가도 받는 등 사업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합과 프리미엄사업단 간에 갈등이 생기면서 사업은 삐걱대기 시작했다.

조합은 자금대여 지연,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불가, 도급제 미수용 등을 이유로 들며 프리미엄사업단과의 계약해지를 추진했다. 급기야 지난 3월 18일 총회를 열어 계약해지를 단행해버렸다.

반면 프리미엄사업단은 조합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3.3㎡당 공사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까지 포함시켰다. 그런데도 조합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양 측은 계약해지 총회 이후 최종 통보가 이뤄지기 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달 12일 프리미엄사업단은 협의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합의서를 조합에 제출했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사업방식을 도급제 변경 등 조합이 요구하는 내용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나아가 공사비도 483만원으로 낮추고 여기에 200억원 상당의 지역난방, 음식물쓰레기이송설비까지 포함시켰다.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도급제로 변경하면서 고분양가에 따른 분양수익을 모두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사비도 낮추고 더 나은 혜택을 제공받게 된 셈이었다.

그러나 조합은 단칼에 거절했다. 결국 지난달 14일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더욱이 지난 4일 입찰공고를 내는 등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본격화했다.

문제는 조합이 정한 공사비 예정가격이다. 조합은 예정가격으로 3.3㎡당 505만원을 제시했다. 기존 프리미엄사업단이 최종적으로 제안했던 공사비 483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22만원이나 비싸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은 공사비로 세대당 28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기존 프리미엄사업단은 건축심의를 신청했던 3088세대를 기준으로 483만원을 제시했다. 반면 조합이 제안한 예정가격은 사업시행인가 당시(2557세대)를 기준이다.

다시 말해 세대수가 적은데도 공사비는 더 높다는 얘기다. 게다가 향후 건축심의를 통해 세대수가 많아지면 덩달아 공사비도 상승하게 된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더 나은 조건으로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는 게 당연지사인데 방배5구역의 입찰공고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되레 높은 공사비를 주고 시공자에게 이익만 안겨주는 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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