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개편' 개혁 기대감에 현대차 등 그룹株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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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개편' 개혁 기대감에 현대차 등 그룹株 '들썩'
  • 최대환 기자
  • 승인 2017.05.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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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최대환 기자] 주식시장에 지배구조 개편 바람이 거세다.

새 정부 출범으로 지주회사 규제 도입 등 강도 높은 재벌 개혁정책이 예고되면서 그 여파는 개혁이 시작되기도 전에 현대자동차그룹 등 주요 그룹 주가가 지난 주들썩거렸다.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하며 재벌 저격수 역할을 해오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위원장에 내정된데 이어 더불어 소액주주 운동과 재벌개혁을 외치던 장하성 교려대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이에 따라 재벌개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지배구조개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은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차단을 위한 지주회사 요건 강화와 순환출자 해소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는 경영승계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편법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아직 지주회사 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그룹들에는 자사주를 활용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편법적 지배력 강화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들 그룹의 오너는 그간 지배력을 유지해온 계열사 간 순환출자도 해소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대기업그룹들이 그간 복잡한 순환출자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대주주들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포기할 경우 실현될 기업 투명성과 주주가치 증대에 주목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는 그간 가려져 왔던 기업가치를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대선을 전후로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이미 현대차, 현대중공업, 롯데 등 3개 그룹의 주가를 들썩거리게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현재 순환출자가 문제 되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뿐"이라고 말한 데서 보듯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1순위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되어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고, 현대차는 기아차의 33.8%를,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의 16.9%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 사진=주식시장에 지배구조 개편 바람이 거세다.(연합뉴스 제공)

정몽구 회장은 이런 지배구조를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5.17%만 보유한 채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구조를 해소하려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5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장은 해소 비용보다는 기업가치 증대 쪽을 바라본다.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설이 불거지면서 상장 계열사 중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15일부터 나흘 만에 10.4%, 현대모비스는 10.5% 올랐다. 기아차도 지난달 말 대비 11.3% 상승했다.

현대차는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 추진설을 부인했지만, 계열사들의 주가는 잠시 하락하다가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롯데그룹도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한 뒤 한동안 주가가 요동쳤다.

6개 사업 부문을 거느리던 현대중공업 그룹은 4개 상장사와 2개 비상장사로 분할돼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다.

4개 상장사는 지난 10일 재상장됐는데 지주사가 될 현대로보틱스는 상장 자회사 지분, 부채비율 등 지주사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분사는 사실상 지주회사 체제 재편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은 재상장 후 시총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오는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롯데쇼핑 등 4개사를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모두 합병해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롯데그룹 역시 강화되는 지주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율 요건을 맞추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수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 사진=장하성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인선 발표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롯데는 그러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의 경우 지주사 전환이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상당폭 하락하기도 했다.

재계 1위 삼성은 지난달 말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해오던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고 대신 50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역시 순환출자 해소에 큰 비용이 드는 데다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이 도입되면 대주주의 그룹 지배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지주회사 전환 포기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지만 그룹의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원은 22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규정이 강화되면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며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데 약 4조7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밖에 다른 주요 대기업그룹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동부, 금호아시아나, 현대백화점, 효성 등도 머지않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준비를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해온 기업 중에는 향후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강도가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작업을 중단하고 관망하는 기류도 관측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사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단지 현재는 일부 기업들이 구체적인 개혁 내용이나 정책 변화 가능성을 놓고 상황을 주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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