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시장] 승승장구 일본 아이돌 시장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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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시장] 승승장구 일본 아이돌 시장 비결은?
  • 이진욱 기자
  • 승인 2017.05.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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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사진 붙이면 원가 대비 25배 상승하는 부채…비밀연애 들키면 삭발사죄
▲ 그룹 'AKB48' 단체 사진 (자료=AKB48 공식홈페이지)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진욱 기자]일본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 가장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아이돌 관련 시장이다. 

29일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도 일본 아이돌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0.7% 증가한 약 1550억 엔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 소비자 1인당 연간 평균 소비금액은 연 7만9783엔으로 '코스프레(3만7289엔)'와 '애니메이션(2만9843엔)' 등 분야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일본 콘서트 시장도 오름세로 성장하며 2015년 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15.9% 증가한 3186억 엔으로 2000년과 비교해도 3.8배 증가했다. 

▲ (좌)엔터테인먼트 세부 산업별 1인당 연간 평균 소비금액, (우)일본 콘서트 시장 추이 (자료=(좌)야노경제연구소, (우)콘서트프로모터스 협회)

특히 아이돌 시장은 지속성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큰 침체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이같이 커지지 않는 성장 등불을 일본 아이돌 업계는 어떻게 확보했을까? 일본 아이돌 업계는 확실한 부가가치성을 가진 효율적인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아이돌 사진부채는 개당 700~1000엔, 야광봉은 2000~4000엔 등으로 부채의 원가는 개당 28엔이지만 아이돌 사진이 붙은 것만으로 원가의 25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다. 

타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은 셈. 

도쿄돔 과거 최다 동원 수는 2007년 7월 2인조 아이돌 그룹 '킨키키즈'의 6만7000명인데, 이는 아티스트 1인이 3만3500명의 관람객을 끌어온 것.  

프로야구 등판 선수 50명이 관객 4만6000명을 끌어 1인당 집객력 920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숫자다.

이같은 아이돌 시장의 성장은 버블 붕괴 이후 세분화된 취향에 적극 대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많은 산업이 소비자의 다양해진 기호를 따라가지 못해 악화됐지만 아이돌 시장은 시장을 확대해 왔다.

실례로 가전업계는 10명 중 10명이 모두 좋다고 답변해야 제품 개발에 착수했지만, 아이돌 업계에서는 10명 중 1명의 관객에게 호응을 얻으면 데뷔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그룹이 일본 최고의 그룹으로 꼽히는 'AKB48'다.

'가요프로그램의 감소'와 같은 시대적 흐름을 인터넷 기반으로의 플랫폼 전환 계기로 삼았다.

아이돌들을 한 번에 소개할 수 있는 가요프로그램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유튜브, 트위터, CHEERZ(아이돌 응원 애플리케이션) 등 인터넷을 활용해 아이돌 소개와 상품 판매를 이어나갔다.

기존 대량생산된 제품을 대량 선전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인기가 적은 아이돌(소량 생산된 제품)일지라도 진짜 팬들(한정된 소비자)과 소통하는(판매하는)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로 옮겨간 것.

▲ 아이돌 음악이 다수인 LINE MUSIC TOP 10 차트(2017년 4월 21일 기준, 자료=LINE MUSIC 홈페이지)

기술발달을 통한 음원의 디지털화를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음악을 많은 소비자와 공유하던 7080세대를 지나 워크맨과 시디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음악의 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돼 기호에 맞게 다운로드 가능한 시대까지 도래했다. 

'Apple Music', 'LINE MUSIC' 등 기업에서 시작한 '월정액 서비스'로 모든 곡을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돼, 음악의 개인화도 충족시키고 다양한 곡을 접함으로써 새로운 팬이 구입한 콘서트와 CD의 수익 증대까지 이어진 것.

불법 다운로드 대응으로 음원 등 관련 상품을 전면 무료화한 'Mika+Rika' 그룹은 화제성에 힘입어 여러 광고와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수익을 챙겼다.

▲ 'SHOWROOM' 사이트 실시간 아이돌 소통 방송 현황(2017년 4월 21일 기준, 자료=SHOWROOM 홈페이지)

아이돌 시장의 동력인 팬을 위한 고객관리력도 인정받고 있다.

우선 소비자 심리를 활용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개념의 'SHOWROOM'은 실시간 영상채팅으로 팬들과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스트리밍 서비스로 매 시간마다 평균 30개의 방이 있다.  

시청자 수는 평균 600명이고 인기 아이돌의 경우 10만 명까지 동시접속한다. 

팬들이 실시간으로 올린 질문을 아이돌이 바로 읽고 답변해주거나 팬들에게 선물받은 유료 스티커(개당 평균 100엔)에 반응해주며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구조다. 

우연히 알게 된 아이돌을 찾아보게 되고 아이돌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SHOWROOM'에서 스티커를 선물, 아이돌의 피드백으로 소통해나가며 결국 팬이 돼 응원을 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소비자가 질리지 않게 유지하는 신선함과 리얼리티도 비결이다. 

극단적이긴 하나, 아이돌 그룹의 스캔들이나 사고 등 위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로 팬들의 눈을 뗄 수 없게 해 더욱 열성적인 팬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룹 'AKB48'의 미네시기 미나미는 비밀연애를 들키게 되자 사죄하는 의미로 삭발 영상을 올림. 이로 인해 팬들의 동정심을 사 인기가 상승했다.

소비자 정보의 데이터화로 아이돌의 타깃층을 설정하고, '팬'에게 차별없는 동등한 혜택 제공한다. 
   
'악수회(아이돌과 악수할 수 있는 일종의 팬미팅)' 추첨에 당첨되는 횟수가 공평하도록 당락횟수 등 고객정보를 데이터화 시켰다.

코트라 관계자는 "유연하게 대처해 온 일본 아이돌 시장의 변화대응력과 고객관리력은 산업변화의 흐름에 맞춰야 하는 기업운영 방식 설정에 참고할 만하다"며 "IT시대에 걸맞게 팬의 구매이력 등 정보를 향후 아이돌 성장 방향 설정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다른 어떤 산업에서도 유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아이돌 시장의 고객관리력을 참고로, 자사 제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소비자를 끝까지 만족시켜 '골수팬'으로 만드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시장은 개방형 플랫폼, 다양한 분야 기업과 협력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가 돼 성공한 케이스들이 존재한다. 

이같은 산업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채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

아이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상품과 제휴 맺어 판매하는 것은 일상적, VR 등 4차 산업혁명 역시도 아이돌을 접목시킬 전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제품광고에 유명 아이돌을 채용하는 연예인 마케팅은 단순하지만 여전히 가장 위력적"이라며 "카시오가 새제품 'BabyG'의 모델로 소녀시대를 채용하자 동남아 시장에서 판매가 급성장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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