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IT공룡 절세에 철퇴 준비…주말 EU장관회의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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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 IT공룡 절세에 철퇴 준비…주말 EU장관회의서 논의
  • 제임스김 기자
  • 승인 2017.09.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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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제임스김 기자] 미국의 IT대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세제 허점을 이용해 누리던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재무장관들은 최근 EU 의장국과 유럽연합집행위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이들 기업의 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EU차원의 세제 개편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서한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의 제안에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재무장관이 호응해 이뤄진 것이다. 4개국 재무장관은 다음주 열릴 EU 28개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를 의제로 삼을 방침이다.

이들은 "우리는 유럽에서 사업하는 이들 기업이 우리 조세 당국에 최소한의 세금만을 납부하는 것을 더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이들에게 정상적인 법인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평형세'(equalisation tax)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매출을 기준으로 매기는 세액은 비록 세율이 낮더라도 지금까지 회원국들이 징수한 것보다 많은 세액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형세가 이뤄지면 2%에서 5% 사이의 세율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 IT대기업들은 현재 EU 회원국에서 거둔 순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별로 세율이 상이한 점을 이용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들은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처럼 법인세가 가장 낮은 국가에 순익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EU회원국에서 세액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세금을 물지 않을 수 있었다.

▲ 사진=미국의 IT대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세제 허점을 이용해 누리던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연합뉴스 제공)

미국 IT 대기업들의 절세 수법은 지난 수년간 EU 조세당국은 물론 유권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긴축조치로 개인 소득세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힘을 얻고 있었다.

최근 숙박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프랑스에서 10만 유로(1억3천만 원) 미만의 세금만을 납부했다는 보도가 현지의 여론을 악화시킨 것이 단적인 사례다.

아마존이 2015년 영국에서 70억 파운드(10조4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지만 겨우 740만 파운드(110억 원)의 세금만을 지난해 납부한 사실도 지난달에 밝혀진 바 있다.

4개국 재무장관들은 15~16일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를 거론하는 데 이어 이달 하순에 열릴 EU정상회의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어 EU집행위가 연말까지 이를 이행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EU 차원의 세제 개편이 법제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처럼 낮은 법인세를 미끼로 세수 증대를 노리는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순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EU에서는 영국이 지난해 구글과 합의를 이뤄 구글이 영국 광고업자들로부터 거둔 매출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미국 IT대기업들에 대한 과세에 앞장서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구글에 11억 유로의 체납 세금을 납부토록 압박했다. 하지만 현지 법원은 구글의 아일랜드 자회사를 상대로 프랑스가 과세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로 쓴맛을 보았다.

애플의 경우는 운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애플도 순익을 아일랜드로 이전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절감했지만 지난해 EU로부터 130억 유로의 체납 세금을 물라는 명령을 받고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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