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국내 해운사 발주선박 일부 中조선소에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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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국내 해운사 발주선박 일부 中조선소에 뺏겨
  • 최민식 기자
  • 승인 2017.12.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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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척 중 10척 '저가공세' 중국 업체에 맡길 듯…현대重만 17척 수주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최민식 기자] 국내 해운사들의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용선 계약에 투입될 선박 건조 물량의 일부가 결국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밀린 탓이다. 일감 확보를 기대했던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만이 유일하게 수주에 성공해 아쉬움을 남겼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채광기업 발레(Vale)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국내 해운사들의 VLOC 총 발주 물량 27척(옵션 7척 포함) 중 현재까지 한국 조선소가 따낸 일감은 17척이다.

해당 VLOC는 한 번에 철광석 32만∼36만t을 실어 나르는 규모로, 척당 가격이 약 7천500만 달러(약 820억원)로 추산된다.

한국이 수주한 17척은 현대중공업이 폴라리스쉬핑(10척+옵션 5척)과 대한해운(2척)으로부터 확보한 것이다.

나머지 10척은 모두 중국 조선소가 가져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팬오션이 발주한 6척(옵션 2척 포함)은 당초 삼성중공업이 따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결국 중국 조선소와 계약이 이뤄졌다.

아직 협상 중인 에이치라인해운(2척)과 SK해운(2척)은 중국 조선소에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에이치라인해운과의 계약 성사를 위해 막판 경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수주전에 참여하긴 했으나 가격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일감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발레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외국 해운사인 ICBC FL과 코스코도 중국 조선소와 건조 계약 체결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선사의 발주 규모는 각각 6척, 4척이다.

해외 선사까지 합치면 발레 발(發) 건조 물량 총 37척 가운데 절반 이상인 20척을 중국 조선소가 가져갈 공산이 큰 셈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는 벌크선 같은 선종은 이미 중국 조선소가 국내 발주 물량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정도로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팬오션과 대한해운, 삼성물산 등 국내 선주가 총 15척의 선박 건조 일감을 중국 조선소들에 맡겼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해운사의 총 발주 물량 48척의 약 31%에 해당한다.

중국 조선소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 조선소의 벌크선 건조 원가보다 10%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금융권이 낮은 금리로 선박 건조 비용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강력한 무기다.

업계에서는 벌크선이 전 세계 선박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선종인 만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소는 자동화 등으로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한국 해운사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할 경우 금리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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