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뉴스] EU, '안보 홀로서기' 본격 시도…유럽軍 창설 토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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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뉴스] EU, '안보 홀로서기' 본격 시도…유럽軍 창설 토대 마련
  • 이정호 기자
  • 승인 2017.12.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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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연구·개발 공동 추진 등 17개 과제 통해 협력 강화
▲ EU 정상들, 항구적 안보협력체제 출범 행사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정호 기자] 유럽연합(EU)은 14일 회원국 간에 안보 분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이른바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PESCO)'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안보를 의존해온 EU는 회원국간에 안보협력을 강화해 독자적인 안보능력을 도모하고 '유럽군(軍) 창설'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EU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첫날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덴마크, 몰타를 제외한 25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PESCO 출범 행사를 가졌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야심에 찬 비전을 갖고 추진해온 'EU 군사공동체'의 꿈이 현실이 됐다면서 "PESCO는 유럽방위를 구축하려는 우리 의지에 대한 실용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EU의 독자적인 안보능력 구축을 위한 시도는 계속돼 왔지만 번번이 무산돼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무력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병합,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나토와의 관계 재설정 움직임 및 군사비 지출 확대 요구, 영국의 EU 탈퇴, 국가가 지원하는 사이버테러 등이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다.

PESCO는 공동 무기 연구개발 및 구매, 의료부대 창설, 훈련센터 설립 등 17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EU회원국간 안보·국방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PESCO를 통해 EU가 독자적인 안보능력 구축에 나서면 역할이 겹치는 나토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투스크 의장은 "오랫동안 PESCO에 반대하는 가장 큰 논란은 PESCO가 나토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면서 "그러나 오히려 그 정반대다. 유럽의 강력한 방위 능력은 자연적으로 나토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스크 의장은 "PESCO가 우리(EU)뿐만 아니라 우리의 동맹에도 좋은 소식이고, 우리의 적들에겐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나토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을 포함해 모두 22개국에 달한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PESCO 출범에 대해 "EU를 전 세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안보 제공자로 바꿔놓은 역사적 결정"이라면서 "전 세계에는 EU가 플레이어로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강한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일단 PESCO의 출범을 환영하면서도 나토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EU에 좋은 것은, 유럽과 나토에도 좋은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유럽 방어를 강화하는 이 같은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면서도 "EU와 나토가 한 회원국에 서로 충돌되는 요구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019년 3월 EU를 탈퇴하는 영국도 PESCO에 늦게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처럼 비(非)EU 회원국은 특수 임무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의사결정 권한은 갖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한편, EU는 정상회의 둘째 날인 15일에는 브렉시트 1단계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있었는지 평가하고 브렉시트 2단계 협상 착수를 결정한 뒤 2단계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협상팀에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브렉시트 이후 EU의 통합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통화기금(EMF) 설치, EU 경제재무장관직 신설 등 유로존 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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