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한·베트남 수교 25주년 "韓의 투자에 아직 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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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한·베트남 수교 25주년 "韓의 투자에 아직 목말라"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7.12.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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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피터조 기자] 지난 15∼16일 베트남 중부 꽝남 성 시내 곳곳에는 '한국의 날' 행사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고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현지 지방정부가 특별히 마련한 행사로, 기업인을 포함한 한국 측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꽝남 성 인민위원회는 '한국인 투자자와의 만남'이란 프로그램을 마련,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내세우며 투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딘 번 투 인민위원장은 한국어로 만든 꽝남 성 설명자료를 통해 "꽝남 성은 인구 150만 명에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고 베트남의 다른 도시와 성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며 "사전 조사부터 경영, 생산 활동까지 투자자와 동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홍보했다.

홍 선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부회장은 "베트남 지방 정부들이 지역 개발을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과 경제 교류가 활발한 한국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넘버원'으로 꼽힌다.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에 따르면 1988년 1월부터 올해 10월 20일까지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승인액 기준)는 3천129억 달러(350조 원)로, 이중 한국이 571억 달러(62조 원)로 일본 463억 달러(50조 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약 10개월간 한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76억 달러(8조3천억 원)로, 4년 연속 외국인 투자자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작년 말 기준 5천500여 개에 이른다.

9천500만 명에 이르는 인구의 중위 연령(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이 30.8세로 젊고 노동인구가 5천450만 명에 달하는 점, 최저 임금이 중국의 약 60% 수준으로 낮은 점 등이 베트남 진출의 매력이다.

한국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베트남 진출 1세대가 신발제조업체인 태광실업이었다면 지금은 건설·부동산, 유통, 화장품, 물류, 호텔, 금융, 전기·전자 등으로 다변화하며 베트남 경제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베트남에 TV 공장과 판매 법인을 설립한 지 20여 년 만에 최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삼성전자 전체 휴대전화 물량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공장 2곳까지 베트남에 두고 있다.

베트남 총 수출액에서 삼성전자와 계열사들 비중이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자 수출 의존형 구조인 베트남 경제가 '삼성 실적에 따라 웃고 운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현지 인터넷매체 베트남넷과 시장조사업체 베트남리포트가 공동 발표한 '500대 기업'에 삼성전자 박닌 성 휴대전화 생산법인(SEV)이 현지 대형 국영기업들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 사진=베트남 북부 박닌 성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삼성전자 제공)

지난 4월 베트남에서 돼짓값 폭락사태가 일어나 축산농가들이 도산 위기에 몰렸을 때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 장관이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을 찾아 직원 급식용 돼지고기 구매를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 10만 명 이상을 고용한 삼성전자의 지역경제 비중을 가늠케 한 사례다.

CJ CGV는 베트남 진출 5년 만인 2016년 말 기준 현지 극장시장 점유율 50%, 배급시장 점유율 59%를 달성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52개 극장, 320개 스크린을 보유한 CGV는 매년 15개 안팎의 극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CGV의 시장 지배력은 현지에서 독점 논란으로 이어질 정도였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홍역을 치른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면서 베트남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가운데 양국 교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2020년까지 교역 1천억 달러(109조 원)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가속하기로 했다.

2016년 양국 교역규모는 451억 달러(49조 원)다. 한국은 베트남의 3대 교역국, 베트남은 한국의 4대 교역국이다.

도 녓 호앙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장은 20일 코참 주최로 열린 양국 수교 기념행사에서 "한국은 FDI 분야에서 베트남의 최대 협력국"이라며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역 증가와 한국 측 FDI가 베트남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부품산업, 농업·식품 가공, 재생에너지,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분야에서 양국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임충현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장은 "베트남이 변방에서 벗어나 아시아 경제의 성장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고 해외 생산기지로서의 매력도 여전해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할 것"이라며 "다만 베트남은 인건비가 싼 나라라는 인식을 버리고 최저 임금의 빠른 인상 등 투자 위험 요인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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