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퀄컴, 브로드컴에 항복?…"인수가 171조원으로 올리면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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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퀄컴, 브로드컴에 항복?…"인수가 171조원으로 올리면 합의"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8.02.27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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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피터조 기자] 미국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조건부로 철회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퀄컴은 싱가포르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인수가를 올린다면 합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반독점법을 내세워 인수 자체를 거부했던 퀄컴 경영진의 입장이 달라진 셈이다. 퀄컴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브로드컴 측이 최근 반독점법과 관련된 우려를 해결하는데 충분한 진전을 거둬 협상 방향을 인수액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퀄컴은 인수가를 현재의 주당 79달러에서 최소 15% 높은 90달러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이 퀄컴의 부채 250억 달러를 떠안는 것을 포함하면 인수가는 총 1천600억 달러(약 171조 원)가 되는 셈이다.

브로드컴은 이달 초 부채를 포함해 최고 1천460억 달러를 제시하면서 "최선이자 최종적" 제안이라고 못 박았지만 퀄컴 측으로부터 퇴짜를 맞았고, 이후 퀄컴이 이후 네덜란드의 반도체 기업인 NXP를 4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자 가격을 1천420억 달러로 내린 상태다.

퀄컴 측과 밀접한 몇몇 관계자들은 이 회사 경영진이 인수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인수·합병(M&A)에 목말라 하는 브로드컴의 혹 탄 CEO가 인수액을 올릴지가 협상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퀄컴은 지난 26일 브로드컴의 실사를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폴 제이컵스 회장이 혹 탄 CEO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실사를 벌이자고 요구한 것은 인수가를 둘러싼 접점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제이컵스 회장은 이 서한에서 퀄컴 경영진은 쌍방이 실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할 비공개 합의를 추진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가격을 논의하기 위해 "서로에게 편한 이른 시기에" 협상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지난 22일 열린 양측의 협상을 통해 반독점 당국의 규제로 인수계약이 결렬될 가능성을 상정한 대비 조치들에 관해서도 추가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퀄컴 측은 당국이 인수계약의 승인을 거부할 경우 브로드컴이 물어야 할 해약금을 인수액 대비 9%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었다. 1천42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해약금은 약 130억 달러(약 14조 원)로, 브로드컴이 앞서 제시했던 8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한다.

▲ 사진=미국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조건부로 철회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제공)

해약금은 높이되 브로드컴에 "계약의 무조건 이행" 조항에 서명하는 것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 퀄컴의 새로운 양보조치다. 이 조항은 규제 당국이 승인을 전제로 어떤 보완책을 요구하더라도 계약을 반드시 이행토록 압박하는 장치다.

제이컵스 회장은 이에 대해 "고도의 규제 리스크에 비례해 퀄컴 주주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책이 마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브로드컴에 납득될 수 있다면 가격 이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서한은 6일 퀄컴 주주총회를 약 2주 가량 앞두고 나온 것이다. 퀄컴 주주총회는 브로드컴이 제안한 이사 후보 6명을 선임하는 문제를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브로드컴은 실사를 벌이자는 퀄컴의 제안에 대해 즉각적인 합의를 이끌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은 결코 실사를 조건으로 삼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퀄컴의 현 경영진이 성실한 접촉을 꺼린다면 브로드컴은 주주총회를 거쳐 새로 구성될 퀄컴 이사회와 선의 속에 협상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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