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장 "부품대금 없어 공장 멈출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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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장 "부품대금 없어 공장 멈출 수도"
  • 이미경 기자
  • 승인 2018.04.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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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미경 기자] 존폐 기로에 놓인 한국지엠(GM)의 자금난이 인건비 지급은 물론 협력업체 부품대금도 지급하기 버거울 만큼 심각한 상태로 확인됐다.

이달에만 당장 차입금을 빼고도 약 1조원의 돈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부품 조달이 끊겨 생산시설이 멈추고 결국 수출물량을 중국 등 인근 제너럴모터스(GM) 생산시설에 뺏길 것이라는 얘기까지 사내에서 나오고 있다.

◇ 트랙스 등 수출물량 중국 등 이전 가능성까지
8일 업계에 따르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구매팀 등 본사 부서들을 돌며 일반직 사원들과 회사 현황을 주제로 대화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이(e)메일을 보내 성과급 지급이 불가능한 유동성 문제를 알린 것처럼, 간담회에서도 카젬 사장은 주로 심각한 자금난 상황을 설명했다.

카젬 사장은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곧 협력사들에 줘야 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부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부품 조달 문제로 한국 공장의 일부 라인이라도 생산이 중단되면, 한국 생산 비중이 큰 트랙스 등의 글로벌 시장 공급에 당장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GM본사가 한국 생산물량을 중국 등으로 돌릴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 GM 채권 회수 나서면 4월 2조7천억원 필요
한국GM은 GM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을 빼고도 이달에만 약 1조 원의 현금이 필요한 상태다.

매달 한국GM은 평균 약 3천억원의 부품대금을 협력사에 지급하고 있다.

인건비를 보면, 원래 6일 지급 예정이었으나 보류된 성과급(2017년도 지급분 절반 1인당 약 450만원) 720억원(450만원×1만6천명)이 필요하고, 10일과 25일 각각 생산직과 일반직 직원들에게 총 1천억원 정도의 월급을 줘야한다.

여기에 이달 말에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천600명에 위로금도 지급해야 한다. 2~3년 치 연봉, 평균 2억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5천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결국, 4월 한 달 필수 비용이 1조원에(3천억+720억+1천억원+5천억원) 이른다는 얘기다.

차입금까지 생각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 사진=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연합뉴스 제공)

작년 말 만기가 돌아온 7천억원 차입금은 2월말과 3월말, 이미 세 차례나 만기가 연장된 상태다. 이뿐 아니라 한국GM 감사보고서(2016년 말 기준)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8일까지 무려 9천880억원의 차입금 만기도 줄줄이 돌아온다. 대부분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 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 수준이다.

GM이 지난 2월 말 이사회에서 밝힌 '실사 기간 중 채권 회수 보류'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는 만기를 계속 미뤄주고 있지만, 임단협 파행 등으로 '흑자 구조'를 위한 자구안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언제 갑자기 회수에 나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한국GM은 4월에만 부품대금·인건비·차입금을 모두 합쳐 최소 2조7천억원을 조달해야한다. 

◇ 노사 갈등에 자구안 지연…부도·철수 가능성 고조
유동성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드러나자 한국GM 안팎에서는 부도설, GM 철수설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대(對)사원 이(e)메일에서 카젬 사장도 직접 "회사는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추가적 자금 투입이 없다면 4월에 도래하는 각종 비용을 지급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도,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 사장도 한국GM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3월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 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4월 20일 정도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우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현재 자금난 상황에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M과 한국GM 경영진의 이런 발언은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약 한 달 보름여 간 보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GM은 예상과 달리 거듭 "한국에서 계속 사업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한국GM에 빌려준 차입금 전액 출자전환, 2개 종류 신차 배정, 신차 생산시설·연구개발(R&D) 신규 투자 등 나름대로 현실성 있고 굵직한 회생 방안을 비교적 발 빠르게 내놓았다.

하지만 4월 첫주까지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임단협에 진전이 없고 경영실사도 예상보다 길어지는데다, 성과급 지급 무산으로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는 등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GM이 '자구안 회생'에서 '한국사업 정리'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한국GM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완전 철수, 엔지니어링·디자인센터 등을 남긴 부분 철수, 군산공장 이어 생산시설 일부(창원공장 가능) 추가 철수, 생산 완전 철수 후 판매 기능만 잔류 등의 각종 철수 시나리오도 쏟아지는 분위기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공장 철수도 직원들에게 예고하지 않았던 것처럼, 부도나 철수와 관련된 후속 조치가 나오더라도 전격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불안한 심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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