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히타치, 영국 정부와 원전사업 최종 담판…철수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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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히타치, 영국 정부와 원전사업 최종 담판…철수 배수진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8.04.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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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형대 기자] 히타치(日立)가 영국에서 추진중인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를 놓고 영국 정부와 최종 협의에 나선다.

히타치가 영국의 자회사를 통해 영국 중부 앵글시섬에서 추진중인 원전 건설 사업은 2020년대 전반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총 사업비가 3조 엔(약 29조3천700억 원) 규모로 불어났다.

히타치는 나카니시 아키히로(中西宏明) 회장이 곧 영국을 방문, 테리사 메이 총리와 만나 영국 정부의 직접 출자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30일 보도했다.

히타치는 협상이 결렬되면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원전산업은 물론 일본과 영국의 원전정책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히타치가 현지 사업회사 주식 전량을 890억 엔에 인수, 총 2천억 엔 정도를 투자해 원자로 설계와 공사준비를 추진해 왔다. 작년 말에는 영국 당국으로부터 원자로설계 인증을 받아 내년으로 예정된 착공이 최종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나카니시 회장은 이번 주내에 메이 총리와 만나 최종 담판을 할 계획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4월 하순 "일본과 영국 양국 정부와 기업컨소시엄, 히타치가 각각 3천억 엔씩 출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직접 출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히타치는 나카니시 회장과 메이 총리간 직접 담판에서 영국 정부의 출자확약과 사업을 계속하는데 필요한 추가 지원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히타치는 금년 2월 말께부터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 영국 정부에 "공식문서로 회신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여러번 기한을 정해 영국 정부에 투·융자 등의 구체적인 지원책을 요청했지만 영국 정부가 "구두 약속"만 했기 때문이다. 4월 말 현재까지도 문서를 교환한다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영국 정부는 2016년 이 사업에 관한 협력각서를 교환했지만 지원책을 확정하는 작업이 난항을 거듭해 2년여에 걸친 물밑 작업에도 불구, 2가지점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 사진=사고 후쿠시마 원전.(연합뉴스 제공)

우선 영국 정부가 사업에 어느 정도 관여할지다.

히타치는 "2019년 말까지 이 사업을 연결사업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착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100% 자회사인 사업회사에 영국 정부와 현지 기업의 출자를 유도해 자사 출자비율을 5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사가 지연되는 등의 사유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히타치가 손해를 100% 덮어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재정악화로 "거액을 투자할 여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원전 추진파로 알려져 있지만 브렉시트 협상에 쫓기는데다 지지율 저하로 의회대책도 쉽지 않아서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와 각서를 교환한 2016년과는 상황이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양국 정부와 히타치가 총 9천억 엔을 나눠 출자하는 양보안을 4월 하순 제시했으나 이 안대로 가면 영국 출자비율이 33.3%에 그치게 된다. 히타치와 일본 정부내에서는 일본 측이 사업 주도권을 갖게 되는데 대해 경계심이 크다. 약 2조 엔으로 추정되는 차입금을 놓고도 영국 정부가 얼마까지 지급보증을 할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건설 후의 전력 구입비용을 둘러싼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히타치는 운영회사로서 발전사업에 관여한다는 방침에 따라 높은 단가의 구입보증을 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건설 후의 채산성 악화를 피해 장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히타치의 요구보다 20% 정도 낮은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프랑스와 중국이 주도한 남서부 원전사업에 높은 가격의 구입을 보증했으나 너무 높은 가격을 보증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히타치에도 높은 가격을 보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 바람에 관련 메이커와 건설회사의 안전대책비가 크게 늘어나 2016년 말에는 도시바(東芝) 자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WH)가 7천억 엔이 이르는 거액의 손실을 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히타치의 영국 원전사업도 사업비가 애초 예상액의 2배에 달하는 3조 엔으로 불어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협상이 결렬되면 양국의 원전정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업이 좌절되면 양국의 에너지 정책도 수정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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