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말레이~싱가포르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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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말레이~싱가포르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 결국 무산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8.05.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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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병욱 기자]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도로 주목 받아 온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 사업을 전격 취소하기로 했다.

29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하고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HSR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는 최종적인 결정이다. 다만 싱가포르와 맺은 협약이 있기에 (사업 중단 확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사업을 추진할 경우 막대한 자금이 들지만,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구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사업비가 600억 링깃(약 16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HSR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고속철 건설 사업이다.

전체 길이는 350㎞로 말레이시아 구간이 335㎞, 싱가포르 구간이 15㎞가 될 예정이었다.

두 나라는 2026년 12월 서비스를 목표로 작년 말부터 고속철도 건설 사업자와 자산관리 회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고, 중국과 일본, 한국, 프랑스 등이 참여를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여왔다.

▲ 사진=2018년 5월 28일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프탈링 자야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 사업을 전격 중단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싱가포르는 HSR 사업의 중단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상호 이익과 의무에 바탕을 두고 HSR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말레이시아 측의 공식 연락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HSR 사업 중단이 확정될 경우 말레이시아는 상당한 규모의 피해보상금을 싱가포르에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마하티르 총리는 피해보상금의 규모를 묻는 말에 "대략 5억 링깃(약 1천35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국가부채 감축을 위한 재정긴축 차원에서 내려졌다.

이달 9일 총선에서 61년만의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 신정부는 전 정권이 1조873억 링깃(약 293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7천억 링깃 내외로 축소·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대대적 재정긴축에 나섰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와 관련해 HSR 사업과 중국이 총사업비(550억 링깃·약 14조8천억원)의 85%를 융자해 추진 중인 동부해안철도(ECRL) 등 수익성이 의심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을 중단하면 부채 규모를 2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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