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뉴스] 마크롱 '노란조끼'에 강·온 양면전략…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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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뉴스] 마크롱 '노란조끼'에 강·온 양면전략…효과 있을까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1.10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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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병욱 기자] 프랑스 정부가 두 달째 이어지는 '노란 조끼' 시위의 열기에도 연금개혁 등 기존의 국정과제들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계획한 과제를 밀어붙이면서 폭력 시위를 엄단하는 한편으로 여론의 분노를 사회적 대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강·온 양면전략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9일(현지시간) 주례 각료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앞으로 몇달간은 의회에서 경제개혁조치의 입법 활동을 본격화하고 사회 각계와 토론을 통해 국정 의제들을 조율하는 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이를 "완전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과제는 연금개혁과 실업급여 개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37개에 이르는 복잡다기한 연금체계를 대수술해 수령액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함으로써 국가재정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마크롱은 현행 실업급여제도가 비용이 과하게 투입되는 가운데 근로의욕을 꺾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실업급여 개편을 올해 최대의 개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이런 내용의 경제·사회 정책방향과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사회적 대토론을 기획한다.

구매력 향상과 더불어 더 많은 직접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거리에서의 시위·집회가 아닌 토론의 장에서 정부와 합리적 타협점을 찾자는 취지다.

마크롱은 노란 조끼로 표출된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고 대토론에 집중하기 위해 사회 각계와의 신년 하례회 일정도 대부분 취소했다.

그러나 마크롱이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 사회적 대토론은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대토론을 주관하는 독립행정기관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의 샹탈 주아노 위원장의 월 급여가 1만5천유로(2천만원 상당)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고, 주아노는 압박감을 느껴 사퇴해버렸다.

마크롱은 사회적 대토론과 동시에 노란 조끼의 대규모 시위에는 강경하게 접근하고 있다.

8주째 이어진 노란 시위의 폭력 양상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과격 시위자 등록제를 검토하는 등 제재 강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 사진=생각에 잠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지금까지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서는 경찰을 공격하고 상점과 차량에 방화하는 등 폭력시위를 벌인 5천600명이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1천명이 입건됐다.

이 두 방안 외에 정치권에 기반이 별로 없는 마크롱으로서는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기가 여의치않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은 이런 정치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내각을 해산하고 새 총리와 장관들을 앉히는 강도 높은 인적 쇄신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현재 마크롱 주위에는 총리에 앉힐 만한 중량급 정계 인사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마크롱이 의지한 중량급 각료였던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과 니콜라 윌로 환경장관이 내각에서 불화를 겪다 가을에 떠나버렸고, 최근에는 실뱅 포르 홍보수석 등 엘리제궁 참모진들까지 줄줄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마크롱은 더욱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렸다.

경제상황도 마크롱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이날 프랑스 통계청(INSEE)이 발표한 소비자 신뢰지수는 87로,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예상을 깨고 반등한 것이 그나마 유일한 희소식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피뒤시알에 따르면, 지난 3∼4일 유권자 1천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오른 28%로 나타났다.

노란 조끼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마크롱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달 여론진정책으로 내놓은 유류세 인상 철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이 민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8주째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의 과격·폭력 양상에 대해 피로감이 커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사샤 울리에 하원의원은 현재로서는 사회적 대토론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9일 르 몽드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과 선출직 공무원들, 노조와 사회단체들이 지금의 갈등국면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대통령이 발의한 대토론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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