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의 삼성’ 거짓말에 꼼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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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기의 삼성’ 거짓말에 꼼수까지
  • 정해권 기자
  • 승인 2020.05.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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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해권 기자] ‘가지만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속담처럼 삼성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재건축 수주시장에서 벌인 꼼수로 망신살이 제대로 뻗치고 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선 지 6일 만에 벌어진 일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에서 "오늘의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렸다"라며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하고,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의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사과를 불과 6일 만에 ‘거짓말과 공약(空約)’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발단은 현재 서초구 반포3지구 재건축 수주를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반포3지구 재건축은 서초구 반포구 1109일대의 반포 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17개 동, 2091가구로 재건축하는 총공사비만 8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으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양대 건설사의 진검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이처럼 근래 보기 드문 대규모 재건축 현장에다 강남의 알짜배기 사업이다 보니 양사의 갈등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고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를 더 지켜볼 수 없었던 반포3지구 조합과 삼성물산, 대우건설은 함께 모인 자리에서 양사가 조합원들에게 홍보물 3개씩 발송하기로 합의를 하며 페어플레이를 약속했다.

그 결과 12일 조합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3자가 우편물 발송을 위해 양재동 우체국에 모였다고 한다. 입찰 이후 삼성물산에 계속 뒤통수 맞았던 대우건설이 이번에도 혹시 모르니 표본으로 우편물 몇 개만 뜯어 보자고 제안을 중재자 역할을 하는 조합 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대우건설의 제안에 따라 삼성물산의 우편물을 확인해보니 미리 약속했던 홍보물 3개가 아닌 홍보물 6개에다 신반포15차 해지 총회 책자까지 떡하니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결국,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것은 조합과 대우건설뿐 아니라 삼성물산 관계자 역시 허둥대며 상황을 진정시키려 노력을 했지만, 대우건설의 강력한 항의로 삼성물산 직원 10여 명이 우체국 바닥에 앉아서 우편물 재포장했다고 한다.

이날 중재자 역할을 맡은 반포3지구 조합원들은 “총수는 불법 저질러 미안하다며 대국민 사과하고 머리 조아리는데 계열사 직원들은 거짓말에 꼼수나 쓰고 앉았다”라고 꼬집으며 이 부회장의 고개 숙인 사과를 불과 6일 만에 뒤집은 삼성물산의 행태를 비판했다.

삼년구미불위황모(三年狗尾不爲黃毛)라는 속담이 있다. ‘개 꼬리 삼 년 먹어도 황모 못 된다.’는 뜻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고개 숙인 사과와 진심은 이 부회장의 결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구성원 모두가 실행에 옮겨야 한다.

부디 이 부회장의 사과처럼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는 삼성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