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억원 쏟아부은 한콘진 게임 제작 지원 사업...가이드라인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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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억원 쏟아부은 한콘진 게임 제작 지원 사업...가이드라인은 어디로?
  • 김영목 기자
  • 승인 2020.12.15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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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취지 좋지만 내실 다져 관리 감독에 집중해야”
한국콘텐츠진흥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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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영목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 올해 진행한 ‘2020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총 147억원이 업계에 투입됐으나 협약 기간 내 실제 출시로 이어진 게임의 비중은 전체의 불과 10%대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본 지원 사업은 미래 게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실험의 일환이기 때문에 실제 게임 출시율이 낮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한콘진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면서 내실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2020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안내서에 따르면 한콘진은 올해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지원 예산 147억원을 편성하고 ▲기능성 ▲차세대 ▲첨단융복합 ▲실감형 등 4개 부문 지원을 예고했다.

사업안내서에 따르면 기능성 부문은 사회적 기여가 결합된 게임을 대상으로 총 20억원이 지원된다. 차세대 부문은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하거나 신규 게임 플랫폼(시장)을 진출하려는 게임에 총 62억원이 지원된다. 첨단융복합 부문은 VR·MR 게임에 총 20억원이 지원된다. 실감형 게임콘텐츠 부문은 우수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VR·MR 게임에 총 20억원이 지원된다.

개발사는 총 사업비의 90%를 지원받으며, 협약기간인 10월 31일까지 정식 론칭 빌드를 개발 완료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총 45개 업체와 사업 지원 협약을 맺었다.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은 현재 최종 결과평가를 앞두고 있다. 계획상 14일 대부분 개발사들의 정식 론칭 빌드가 완료되어야하지만, 취재 결과 정식 출시된 게임은 전체의 1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사업이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물론 본 사업의 취지를 고려하면 100% 게임이 출시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번 지원을 통해 게임업계가 새로운 미래를 타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과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한콘진의 이번 제작지원이 본래 기획했던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 혈세의 낭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 일각에서는 지원액을 단순히 인건비 확충용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사업 기획안에 힘을 쏟고 지원 사업자로 선정이 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큰 허들(장애물) 없이 협약 과제를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콘진의 게임 제작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에서 하는 허들 테스트처럼 알파, 베타, 출시 단계로 나눠 품평이나 중간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면서 “처음 시작할 때 사업비의 일부를 주고, 중간평가 이후 나머지 지원금을 받는데 (개발에)아예 손을 안 댄 정도가 아니라면 거의 통과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구조적인 한계는 있는 것 같다”면서 “선정한 업체가 중도에 탈락되면 그 예산은 날아가는 것이지 않나”고 말했다.

한콘진이 조건으로 내건 ‘정식 론칭 빌드 완성’ 역시 큰 허들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빌드 완성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출시 일정 지연에 대해서는 게임 개발 특성상 업계 전반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상인 만큼 어느 정도 이를 관용하는 분위기도 있다. 좋게 말하면 게임업계의 관행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 역시 가이드 라인의 부재다. 이때문에 지원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한콘진 측 지원 사업 담당자들이 프로젝트 진행의 스케줄링과 완성·마감이 됐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에 치우쳐 있고 (사업이 진행될 때) 심사위원과 위원회를 그때그때 조직해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가는 수순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김정태 교수는 “지원 사업의 취지는 아주 좋지만 그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을 좀더 내실 있게 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심사의원들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업 경력이 있는 석·박사 등 전문가 풀을 좀더 활용해서 사업 기간 동안 개발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지원 사업의 실제 상용화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협약 조건은 사업화 완료가 아니라 론칭할 수 있는 출시 버전의 게임 제작 완료이며 사업화가 잘 되면 좋지만 그건 업체가 일정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콘진은 협약 종료 후에도 3년간 성과 보고서를 제출받는다. 다만 이를 근거로 다시 제재(지원금 환수 등)를 가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럴 경우 확실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업체들에게만 지원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할 경우 업계의 발전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면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지 않아 지원 자체가 '나눠먹기'로 전락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국내 콘텐츠산업 발전에 필요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9년 5월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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