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대표'의 등장은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黨首)이자, 의정 경험 없는 0선 당대표가 현실화하면서 정권과 정치권이 동시에 '물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 신드롬'의 핵심 동력은 기성 정치세력의 '교체'를 바라는 한국사회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30세대의 지지로 만들어진 '0선 돌풍'이 거대한 '태풍'으로 정치권에 상륙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11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9만3392표(43.83%)를 얻어 중진그룹 주자들을 제치고 차기 당대표에 선출됐다.
주목할 점은 이 대표는 당원으로 이뤄진 선거인단 투표에서 37.41%(5만5820표)를 얻었다는 점이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크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나경원 후보(40.93%)와 대등한 수치로, 3위인 주호영 후보보다 2배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치권은 당심과 민심이 하나의 '세력'으로 동기화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목표로 이 대표에게 몰표를 주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업체 '민'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던지는 함의는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아닌 야권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에 있다"며 "정권교체의 열망이 이준석이라는 30대 청년 정치인에게 투사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평상시라면 이준석 당대표가 나올 수 없었겠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민심과 당심이 하나가 되어 전략적 투표를 했다"며 "지난 탄핵 정국 이후 사라졌던 보수의 전략적 정치감각이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당대표'로 입증된 정권교체 열망은 내년 3·9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 대표는 "이준석 당대표는 정권교체 열망의 투사체일 뿐"이라며 "이 대표의 언행이나 실수 정도로는 이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체제'가 출범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공정과 변화'로 이미지를 탈바꿈한 데다, 여권의 집중 공세가 시작된 만큼 '제1야당'이라는 방어막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보수정당의 이미지가 180도 확 달라졌다"며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어떤 대선후보도 새로운 이미지에 편승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설령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염두에 뒀더라도, 이제는 국민의힘이 더 새로운 변화의 장이 된 상황"이라며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예정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식 수사를 시작한 점이 입당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공수처 수사가) 호재로 작용하든, 악재로 작용하든 여권의 공격을 막아주고 힘을 실어줄 정당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