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에도 중, 관세 여전히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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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에도 중, 관세 여전히 높아...
  • 앤디현 기자
  • 승인 2015.07.06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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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인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우리 수출 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FTA를 통해 관세장벽이 낮아지면 수출 기업으로선 가격 경쟁력이 일정 부분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 하반기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으로 들어가는 한국 수출 품목 958개(전체 수출 품목의 11.7%)의 관세가 철폐된다. 무관세 품목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 6월 1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서명을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가 철폐된다고 해서 무역장벽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세외 무역 장벽을 일컫는 '비관세장벽'은 여전히 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작용한다. 비관세장벽은 해당 국가의 각종 규제와 제도, 법률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파악이 쉽지 않고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불린다.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의 특징 중 하나가 관세장벽은 점점 낮아지는 반면 비관세장벽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각국이 FTA에 사활을 걸면서도 뒤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관이나 위생검역, 인증 등 비관세장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대국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지역이 넓고 지방정부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관세장벽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특히 식품 분야는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국민 건강을 이유로 엄격한 규격과 인증 제도, 검역 등을 적용하고 있어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비관세장벽으로 수출길이 가로막힌 대표적인 한국 식품이 바로 김치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절임채소 '파오차이'의 위생 기준(대장균군 수 100g당 30마리 이하)을 유산균이 많은 한국산 김치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김치 수출이 중단된 상태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흰우유(살균유)도 중국이 살균 기준을 문제삼아 지난해 5월부터 수출이 중단됐다가 최근에야 수출길이 열렸다. 젓갈이나 조미김, 올리브유 같은 식품도 세균수나 미생물 규격의 엄격한 적용 때문에 대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내 각 지방 해관(세관)이 제각각 다른 기준을 자의적으로 집행해 난감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도수가 21도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제품에 대해 중국 A해관은 도수를 높이라고 하고 B해관은 도수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동일한 해관 내에서도 해관장이 바뀌면 이전의 관행은 인정되지 않고 정책이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마른미역이나 건새우 등 수산물의 비닐포장 제품을 식품으로 판단하는 중국 상검국과, 수산물로 판단하는 중국 식약청 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통관이 2∼3달 지연돼 자체 폐기된 경우도 있었다.  비관세장벽을 맞딱뜨린 식품 기업들은 중국 기준에 맞게 제품 함량을 조정하는 등 우회 전략을 쓰기도 한다. 수출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는 정부가 운영하는 역직구 전문 사이트 'K몰24' 등을 통해 수출 활로를 찾기도 한다.

특히 비관세장벽은 중소기업에게 더욱 넘기 힘든 산이다. 대기업에 비해 전문인력과 자본력,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수출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중국 수출 중소기업 31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요청하기를 바라는 사안으로 '허가·등록 절차 간소화 및 처리기간 단축'(복수응답, 57.8%), '정책 및 제도 변화시 충분한 사전고시'(23.8%), '통관시 일관성 및 투명성 제고'(22.5%), '한국 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 인정'(21.3%) 순으로 응답했다.

정부는 지난 3월 한중 FTA 발효에 대비해 '차이나 데스크'를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 코트라(KOTRA) 등 유관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업들의 대중국 무역 업무를 지원하는 원스톱 지원창구다.

비관세장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비관세장벽 협의회'도 2013년 9월 개설돼 운영 중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FTA 활용지원센터를 열고 관내 기업들의 수출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 FTA가 수출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비관세장벽 극복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FTA를 통해) 낮은 세율이 적용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행정지침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더 크다"며 "중국은 법과 제도에 따라 기준이나 표준이 실행되는 게 아니고 자의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들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기업의 수출 애로사항 처리는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과학적인 증빙자료와 논리를 갖춰서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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