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의 첫 미얀마 문민대통령 틴쩌 "군부 헌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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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만의 첫 미얀마 문민대통령 틴쩌 "군부 헌법 개정"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3.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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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권자 아웅산 수치, 외무부 등 4개 부처 관할 '슈퍼 장관'

[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54년 만에 출범하는 미얀마 문민정부의 대통령에 취임한 틴 쩌(70)가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의 대선 출마를 막는 현행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틴 쩌는 이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민트 스웨 제1 부통령, 헨리 밴 티유 제2 부통령과 나란히 군부가 만든 헌법전서를 손에 쥔 채 취임 선서를 했다.

▲ 테인세인 대통령에게서 인장을 건네 받는 틴 쩌 대통령

틴 쩌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은 "나는 미얀마 연방공화국과 그 국민에게 충성을 약속한다. 헌법과 법률을 받들고 지키고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의와 자유, 평등이라는 원칙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선서문을 읽었다.

틴 쩌는 1962년 네 윈의 쿠데타 이후 54년 만에 출범한 첫 문민정부 대통령이다.

다만, 그는 군부가 만들어 놓은 헌법규정 때문에 당장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실권자 수치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는 '대리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틴 쩌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연설에서 수치의 대통령 출마를 막는 헌법 규정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새 정부는 국가적인 화해와 평화를 실행할 것이며, 이 나라가 민주적인 연방이 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길을 여는 헌법의 출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국가와 민주적 기준에 부합하는 헌법의 출현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틴 쩌는 이어 대통령 관저로 자리를 옮겨 물러나는 테인 세인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인장을 건네받았다.

27년의 민주화운동과 15년의 가택연금을 이겨낸 수치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끌고 선출직 의석의 약 80%, 전체 의석의 59%를 휩쓸었다.

이를 통해 수치는 최고 실권자가 됐지만, 군부가 만들어 놓은 헌법 규정 때문에 당장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2008년 군부가 만든 헌법 59조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치는 영국인 학자와 결혼했고, 두 자녀의 국적도 영국이다.

수치는 이런 헌법조항을 고치거나 효력을 일시 중지시키기 위해 군부와 협상에 나섰으나 군부 지도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틴 쩌를 대리 대통령으로 앉힌 수치는 예상대로 외무장관 입각이 확정돼 이날 다른 장관 17명과 함께 취임 선서를 했다.

수치는 대통령실, 전력에너지부, 교육부 등의 장관도 겸할 것으로 관측돼 '슈퍼 장관'으로서 국정에 폭넓게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식에서 NLD 소속 의원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아냈다.

NLD 의원인 티리 야다나는 "어젯밤에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라며 "틴 쩌 대통령의 연설은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를 존경하면서 나라를 위해 일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모두가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던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취임식이 열린 의사당에는 수치의 대통령 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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