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의 희망들, 지진 때 출생한 아기, 붕괴건물 노인 돌보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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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의 희망들, 지진 때 출생한 아기, 붕괴건물 노인 돌보는 시민
  • 양완선 기자
  • 승인 2016.04.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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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양완선 기자] 연쇄 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일본인들이 화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웃을 돕고 재난을 극복하려 애쓰는 이들의 사연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다.

1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각지에서 전달된 구호물자가 일손 부족으로 피난민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나서고 있다.

구마모토 시내의 한 미용실은 매장에 있는 화이트 보드에 인근 피난소에 필요한 물자를 기재해 놓고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 학생 등 젊은이들이 중심이 돼 수십 명 규모의 '구마모토 지원팀'이 결성됐으며 이들은 17∼18일에만 트럭 5대 분량의 식량을 지진 피해가 심한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에 전달했다.

행정기관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나선 이들은 50군데가 넘는 피난소에 귀중한 먹거리를 공급했다.

피난 중인 중고생이 직접 배식이나 물품 나누기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난민이 주먹밥 한 덩이, 물 몇ℓ를 받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나마 거드는 이들 덕에 분배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번 지진에 특히 피해가 컸던 마시키마치(益城町)의 노인요양시설 '오카'(櫻花)에는 건물 붕괴 위험을 알리는 붉은 딱지가 붙었지만, 오쿠무라 데쓰오(奧村哲生) 대표와 시설 직원은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치매를 앓는 이들을 포함해 80대 전후 노인 9명이 이곳에서 생활했는데 마땅한 피난처를 찾지 못한 일부 수용자가 시설에 남았기 때문이다.

오쿠무라 대표는 14일과 16일 강한 지진을 겪은 후 밤잠을 설치며 노인들을 피신시켰는데 몸이 불편한 이들을 모두 수용할 피난소가 부족해 결국 매일매일 식량을 걱정하면서도 시설에 남았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직격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福島)현은 피난소 운영 경험을 살려 도움을 주기 위해 구마모토현에 직원 3명을 파견했다.

후쿠오카(福岡)현의 다가와(田川)시는 시영 주택 10채를 피난민에게 무상 제공하기로 했고 나가사키(長崎)현은 공영 주택, 호텔, 여관 등에 피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지진 와중에 태어나거나 극적으로 구조된 아기도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이번 지진 발생 직전인 14일 오후 3시에 진통을 시작한 사카모토 나나(阪本奈七, 31) 씨는 여진이 한창이던 오후 11시 35분께 구마모토시의 한 산부인과 셋째 아기를 낳았다.

오후 9시 26분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해 의료용 침대가 심하게 들썩거렸지만, 아기는 이에 굴하지 않고 세상에 나왔다. 여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모를 돌보던 의료진은 아기가 힘차게 첫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나자 "태어났습니다"라며 아기가 3.112㎏이라고 산모와 가족에게 알리며 기쁨을 나눴다.

사카모토 씨의 남편은 "이날 태어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기가 자라서) 지진을 예지하는 과학자가 될지도 모른겠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마시키마치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6시간 반 만에 무사히 구조돼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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