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올들어 최고, 천연가스 3월 저점 대비 17%↑…구리 t당 5천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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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올들어 최고, 천연가스 3월 저점 대비 17%↑…구리 t당 5천달러 돌파
  • 김광수 기자
  • 승인 2016.05.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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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값도 2015년 1월 이후 최고…철광석 투기 조짐

[코리아포스트 김광수 기자] 원자재 가격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최근 연고점을 경신한 국제 유가는 지난 2월 저점 대비로는 76%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의 급반등은 중국 경제 및 세계 경기 침체 우려 완화로 위험회피 심리가 잦아든 데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대다수 원자재는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이는 수요를 늘려 가격이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미국 시간) 기준 원유, 구리 등 세계 주요 19개 원자재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톰슨 로이터/핵심원자재 CRB지수는 184.61을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수는 지난해 11월 13일(184.7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해 2월 11일 기록한 저점 155.01에 견줘보면 19.09% 올랐다. 지난 2월 저점은 2002년 3월 이래 14년 만에 최저치였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같은 날 93.05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2015년 1월 21일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최저치였다.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 5.6%가량 떨어졌다. 이는 달러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 WTI 2월 저점 대비 76% 상승…추가 반등은 '글쎄'

국제 유가는 지난주 올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28일 배럴당 46.03달러까지 올라 올해 들어 최고치로 올라섰다. 다음날인 29일 배럴당 45.92달러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45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브렌트유 가격도 29일 배럴당 48.13달러로 전일 기록한 연고점인 48.14달러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29일까지 각각 24%, 29%가량 올랐다.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2월 11일과 1월 20일 기록한 저점 대비로는 76%, 73% 상승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석유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 동결 회동은 결과 없이 끝났지만, 미국의 산유량이 줄어드는 데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며 석유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을 시사하면서 달러화가 약세 전환된 점도 국제 유가의 반등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러한 추세가 지속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 랠리가 작년 1~5월 배럴당 20달러가량 오른 뒤 하반기 폭락세를 보인 모습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주 13개 투자은행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은행들은 올해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배럴당 평균 41달러, 39달러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달 전인 3월 조사에서는 각각 40달러, 39달러였다.

이는 전문가들의 유가 전망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코메르츠방크의 오이겐 바인바그 리서치 부장은 "이번 랠리가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라며 "모두 미국의 석유 생산이 줄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 늘어나는 석유가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추정에 따르면 이란은 4월 하루 약 200만 배럴 가량의 석유를 수출해 제재 이전 수준인 200만~250만 배럴에 근접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란의 시장 재진입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계절적 증산으로 늘어난 석유량이 미국의 감산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 천연가스•구리도 '달러 약세'에 동반 상승

천연가스 가격도 뒤늦게 반등에 합류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29일 4.8% 올라 100만 BTU당 2.178달러로 1월29일(2.298달러)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서는 11% 올랐고, 3월 초 기록한 연저점에서는 32%가량 상승했다.

베이커 휴스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 시추장비(리그) 수는 이번 주 들어 1개 더 줄어 87개로 떨어졌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EBW 애널리틱스 그룹의 앤디 베스만 최고경영자(CEO)는 "6월과 7월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여름 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온도가 오르면 에어컨을 일찍 가동해야 해 가스를 연료로 하는 전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간 천연가스 재고량이 예상보다 늘어나는 등 재고가 많은 점은 부담이다. 천연가스 재고량은 지난 5년 평균보다 여전히 48% 많은 수준이다.

세계 경기 회복의 가늠자 역할을 해온 구리 가격도 올해 들어 7% 이상 오르는 등 에너지 가격뿐만 아니라 금속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29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t당 5,050달러까지 올라섰다. 이는 1월 15일 저점 대비로는 17%가량 오른 것이다.

구리 가격은 중국 경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면서 반등하고 있다.

중국 1∼2월 고정자산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하며 1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3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개월 만에 기준선(50)을 웃돈 이후 4월에도 50.1을 기록해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3월 중국 수출도 달러화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5% 늘어 작년 6월 이후 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일련의 지표 호조로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 금•은값 작년 1월 이후 최고치…철광석은 '투기' 조짐

원자재 가격 반등은 달러 약세에 힘입어 귀금속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 가격은 29일 온스당 1,290.5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인 동시에 201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값은 이달에만 4.4%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22%가량 상승했다.

은 가격도 7월 물 기준 온스당 17.819달러에 거래를 마쳐 2015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은 가격은 이달에만 15%가량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29% 뛰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시모나 감바리니 애널리스트는 "귀금속 가격은 미국의 1분기 GDP 부진과 일본은행(BOJ)의 정책 동결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만약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라면서도 "금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철광석 가격은 중국 당국의 투기 규제 움직임에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다롄 원자재 거래소(DCE)에서 가장 거래가 많은 9월 물 철광석 가격은 29일 t당 462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가격 상승률은 일일 가격 제한폭인 6%에 달했다.

이달 들어 철광석 가격은 20%가량 올랐으며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철 함유량 62%인 칭다오항 인도 철광석 가격도 같은 날 t당 66.24달러까지 올라 올해 들어 52% 상승했다. 칭다오항 철광석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23%가량 올랐다.

상하이 소재 오리엔트 선물의 왕 빙 원자재 브로커는 "실물 시장에 상승 모멘텀이 여전히 있다. 철강 수요는 견조한 반면 철광석 공급량은 이전에 예상한 수준보다 많지 않다"라며 "따라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다롄상품거래소의 철광석 가격이 2주 만에 30%가량 급등하자 중국 당국은 상하이 선물거래소, 다롄상품거래소, 정저우 상품거래소 등의 거래 수수료와 계약증거금을 일제히 올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철광석 선물 거래량은 1년 전보다 400% 이상 증가하는 등 투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국의 규제 강화로 투기적 포지션이 급속히 청산돼 원자재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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