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하면 무역규모 커진다는 상식 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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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하면 무역규모 커진다는 상식 깨지고 있다"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05.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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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생산 늘고 신흥국 기술발전으로 내부조달 가능해져
▲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세계의 무역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교역량은 2015년 이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3% 정도로 완만한 성장이 계속되는 세계경제와 비교해도 무역정체현상은 두드러진다고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이세시마 서밋)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을 진흥시키자고 주창했지만, 수출 주도로 성장을 도모하는 것에는 어려움에 더해지는 상황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신흥국 경제의 감속 영향 등으로 수출이 둔해지는 것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실질수출은 2015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경제가 둔화한 영향이 크다.

다만 수출 저조의 원인이 신흥국 경제 둔화만이라고도 단언할 수도 없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이 조사한 세계무역량도 2015년 이후 침체가 뚜렷하다. 일본은행이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세계무역량도 2011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결국 "경제가 성장하면 무역규모도 커진다"는 지금까지의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속속 출범하며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세계 무역규모의 축소 원인 중 유력한 가설 하나는 해외소비지 직접생산 확대다.

사례는 많다. 일본 JFE스틸은 태국에서 가볍고 강한 자동차용 고급강판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세키스화학공업도 자동차 유리를 얇게 할 수 있고 소음 차단 기능이 뛰어난 중간막 생산을 작년 4월 중국에서 시작했다.

소비지에서의 생산은 환율변동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는 동시에 현지의 주문에 응하기 쉬워 비용도 억제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엔화가치가 하락해도 기업의 해외진출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자동차 각사의 일본내 생산 비율도 줄곧 하락세다. 현재 혼다나 닛산자동차가 국내생산비율이 10%대에 그치고, 도요타자동차도 30%대로 줄었다. 첨단소재의 생산도 해외로 옮겨가기 시작해 일본에서의 수출이 늘어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무역 정체의 또 하나의 가설은 신흥국 기술력의 향상이다. 스마트폰이나 철강, 자동차 분야에서 기술력을 높인 중국 등 신흥국들이 자체 공급망을 내부에 구축하며 국제교역량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에 심각한 것은 세계 무역량이라는 파이의 축소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대기업 등의 경쟁력 저하로 인해 점유율까지 하락하는 것이다. 일본의 세계시장 수출 점유율은 2010년 6%대에서 최근 5%대로 축소됐다.

2015년도 일본의 경상흑자는 18조엔(약 193조2천억원)인데 대부분이 소득수지다. 무역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버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유지 등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외 수요를 늘릴지가 큰 과제라고 니혼게이자이가 지적했다.

 

기업이 윤택한 내부유보 자금을 활용해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수출을 늘릴 하나의 방법이지만, 무역량이 앞으로도 침체한다면 일본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소비와 같은 형태로 해외 수요를 늘릴 필요가 제기된다.

관광, 의료·간병, 교육 등의 서비스 분야 경쟁력을 높여 상대적으로 고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국가들의 성장 열매를 일본이 취득하는 것이 새로운 지름길이라는 처방전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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