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친구와 옛 친구…서방·사회주의 국가 오가며 동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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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와 옛 친구…서방·사회주의 국가 오가며 동시외교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06.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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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일대 변혁기를 맞아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쿠바의 노력은 외교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바 외교는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을 전후해 뚜렷이 구분되는 형태를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방문에 앞서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유럽연합(EU) 등의 고위급 관료와 지도자들이 줄지어 쿠바를 찾았고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2월 쿠바 정상으로는 21년 만에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미국의 동맹이자 자본주의를 채택한 이 국가들은 미국과 쿠바의 데탕트 기류, 쿠바의 문호 개방 기조에 발맞춰 쿠바의 시장성을 타진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려 했다.

쿠바 역시 그간 미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멀어졌던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투자 유치 등에 나서면서 실리를 챙겼다.

한동안 서방과 자본주의를 향하던 쿠바 외교는 지난달 들어 확연한 '좌회전'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벨라루스, 러시아 등 전통적인 사회주의 혹은 우방 국가들과 오가며 '텃밭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쿠바를 공식 방문했다.

 

쿠바공산당 지도부의 차세대 선두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은 지난달 22일 베네수엘라로 날아갔다.

쿠바에 원유를 하루 9만 배럴씩 공급하는 베네수엘라는 쿠바의 생명선과 같은 맹방이다.

이튿날인 5월 23일에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구소련 시절부터 긴밀한 관계를 다져온 중부 유럽의 벨라루스를 찾았다.

카스트로 가문의 뒤를 이어 쿠바 정부를 이끌 것으로 점쳐지는 디아스-카넬은 이어 26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만났다.

 

지난달 25일에는 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북한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쿠바를 찾아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담했다.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에서 투자, 경제 협력, 상호 교류 등이 주제였다면 최근 쿠바의 외교 행보에선 이념적 수사가 전면을 장식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외무장관과 '사회주의적 과제'를 논의했다고 쿠바 언론이 전했다.

디아스-카넬 수석부의장은 벨라루스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상업, 재정 봉쇄의 철폐를 요구하는 벨라루스의 항구적인 지지에 감사를 표한다"며 "쿠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동쪽으로 세를 확장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북한 측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동지적·형제적 관계"라며 친선 관계 강화를 천명했다.

특히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은 쿠바 방문 이틀째던 지난달 21일 라울 현 의장의 친형인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동했다.

두 사람은 브라질의 좌파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사건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며 "남미의 정치적·사회적 움직임을 되돌리려는 제국주의의 노력"을 언급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닌 대통령이자 쿠바의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왔을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카스트로 전 의장이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이 다녀간 직후 쿠바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미국의 선물은 필요 없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2∼4일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선 다시 쿠바 외교가 '우회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회원국 외에 ACS에 참석하는 옵서버 국가들에는 벨라루스나 러시아 등 외에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여기에 그간 북한의 동맹국인 쿠바와 국교를 맺지 않았던 한국도 윤병세 외교장관과 조태열 외교 2차관을 보내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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