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정수기 소비자 집단행동 움직임 보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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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정수기 소비자 집단행동 움직임 보이고 있어
  • 유승민 기자
  • 승인 2016.07.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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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유승민 기자] 가전업체 코웨이의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이물질(니켈 도금)이 섞여 나온 것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민원제기와 소송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정수기를 사용한 이후 피부병 등이 심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니켈이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호나이스 등 다른 정수기에서도 비슷한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1990년대 '쇳가루 논란'에 휩싸였던 녹즙기 시장처럼 정수기 업계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코웨이

    

◇ 코웨이 소비자 "집단소송도 불사"…피부질환 등 호소

7일 유통·가전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얼음정수기를 이용한 소비자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한 카페의 경우 개설한 지 이틀 만에 2천700여명이 가입했고, 집단소송 참여 인원을 파악한다는 공지사항에는 4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코웨이는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 3개 모델(CHPI-380N·CPI-380N/ CHPCI-430N/ CPSI-370N) 계정이 현재 8만7천개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집단행동에 나서는 소비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부품 도금이 벗겨져 물에 섞여 나왔다는 점은 물론, 코웨이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1년 이상 소비자에게 공지하지 않고 정수기를 '업그레이드'해준다며 해당 부품을 교체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기업으로써 갖춰야 할 윤리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 고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소비자의 경우 중금속인 니켈이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CPI-380N 모델을 대여(렌털)해 썼다는 박모(29·여)씨는 두 돌이 갓 지난 첫째 아이가 원인 모를 피부발진에 시달리고 있고, 자신도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두드러기로 고생한 적이 있다며 정수기가 원인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박씨는 "첫째 아이를 데리고 동네 피부과부터 대학병원까지 다 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혈액검사와 조직검사에서 모두 정상 소견이 나와서 결국 강한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먹이면서 증상을 완화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아이나 임산부, (니켈 같은 물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다만, 일반 소비자가 직접 (니켈 섭취와 피부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우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역시 2014년 중순부터 회수 대상 얼음정수기를 썼다는 엄모(42)씨는 "나쁜 물질을 거르고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쓴 것인데 돈 내고 아이들에게 니켈 섞인 물을 먹게 한 셈"이라며 "온라인상에서 이 정수기 사용자들의 사례를 보니 피부병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 청호나이스 정수기에서도 이물질 발견 주장

이런 가운데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 정수기에서도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수기에 대한 불신이 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청호나이스는 자사 얼음정수기에서도 일부 부품의 니켈 도금이 벗겨져 나온다는 주장을 확인중이지만 아직 정확한 사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그간의 얼음정수기 불만신고 데이터에도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며 "용접 불량이나 제품 노후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정확한 상황은 좀 더 파악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청호나이스는 매니저급 엔지니어 150명을 포함해 약 300명의 직원으로 구성한 비상팀을 만들고 이물질과 관련된 고객 상담에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공기청정기 유해물질 논란으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수기까지 된서리를 맞으면서 정수기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 불안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제품 개선과 사태 수습에 각 기업이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웨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정수기를 회수·폐기하는데 538억원가량이 들어가고 렌털비도 500억원 이상 환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데 1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2의 '녹즙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녹즙기 시장은 1991년 50억원 규모에서 2년 만에 700억원대로 성장했는데 1994년 소비자단체와 민간연구소가 녹즙기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며 된서리를 맞았다.

반품 요구가 잇따르고 녹즙기에 대한 불신이 강해지면서 1994년 상반기 월평균 100억원 규모였던 시장규모는 약 3분의 1인 35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정부부처 산하 공업진흥청은 재실험을 해 녹즙기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소비심리는 풀리지 않았고, 결국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소비자단체의 발표 이후 석 달 만에 부도를 맞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이후 일상 속에서 무심코 쓰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라며 "공기청정기에 이어 정수기까지 문제가 터진 만큼 가전 렌털 시장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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