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장소 결정해놓고도 '쉬쉬'…혼란만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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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장소 결정해놓고도 '쉬쉬'…혼란만 부채질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7.1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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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한미 군 당국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장소를 결정했으면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이를 공개하지 않아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가 지난 8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방침을 발표하면서 배치 지역을 공개하지 않은 이후 배치 장소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는 등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그간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오산, 경북 칠곡, 전북 군산 등이 후보지로 꼽히더니 최근에는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제3의 장소'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11일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지대에 있는 우리 군의 레이더기지나 방공기지에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레이더기지나 방공기지는 고지대에 있어 사드 전자파 유해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남 벌교와 경남 양산의 옛 방공기지는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이 퇴역한 이후 현재는 활용되지 않고 있는데, 부지 규모 등도 사드를 배치하기에 부족하지 않아 유력하다는 분석이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양산 등은 너무 후방에 있어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도 거론된다.

이 밖에도 칠곡 인근의 군부대나 국유지를 활용해 사드가 배치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 등 사드배치 장소를 둘러싼 온갖 억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군과 정부가 배치 지역을 조기에 공개하지 않을 경우 모든 지역이 다 거론될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한미 군 당국이 사드배치 장소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북 칠곡에서는 지난 10일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고 군수 등의 삭발식이 진행됐고, 11일에는 충북 음성에서 '사드배치 반대 범군민 결의대회'가 진행된다. 경기도 평택 등 다른 후보지들도 조만간 반대집회를 열 계획이다.

군과 정부는 이미 사드가 배치될 장소를 '단수'로 결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는듯 배치 지역을 보물단지처럼 꼭꼭 숨기는 태도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고 배치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배치 지역은 양국 실무조사단의 보고서 작성 및 공식 건의가 완료된 뒤 양국 정부가 결정하게 된다"며 "아직 조사단의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지 않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수의 후보지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내린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보고서 작성을 이유로 배치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에만 얽매이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사드가 배치될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설명회 일정도 감감한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사드배치 장소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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