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세안 상대 남중국해 외교전 승리…공동성명 비판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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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세안 상대 남중국해 외교전 승리…공동성명 비판 피해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7.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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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중국 외교부장

[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달래기에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남중국해 문제로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던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진통 끝에 공동성명을 냈으나,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비판이나 중국의 주장을 무력화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대한 반응 등 핵심 문구가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아세안을 상대로 한 남중국해 외교전에서 중국이 승리한 셈이 됐다.

◇ 중국, 아세안 달래기 분주…남중국해 비난 피해 = 2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연례 외교장관회담 이틀째인 이날 남중국해 분쟁 등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리는 최근 진행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서 "(영유권 분쟁에 관해) 상호 신뢰와 자제력을 보여야 하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한 최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대한 반응이나 중국의 공격적인 영유권 주장에 대한 우려 등은 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PCA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낸 필리핀과 베트남 등이 이런 내용을 성명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친중 행보를 보여온 캄보디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결국, 24일 3차례에 회의에 이은 25일 긴급회의를 거치고도 아세안의 '전원합의' 의사결정 원칙 앞에 무너진 필리핀은 요구를 접었고, 중국은 공개적으로 캄보디아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아세안 회원국들 간의 불협화음을 의식한듯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태국, 싱가포르 외교 수장들과 연쇄 회동해 중국과 아세안의 발전을 위해서 남중국해의 원만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과 만나 중국과 아세안의 발전을 증진하기 위한 태국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 "남중국해 문제는 협상을 통해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쁘라뭇위나이 외무장관은 "태국은 중국과 아세안의 건전한 관계 속에 번영해왔다"면서 "중국과 아세안은 상호 신뢰와 지역 안정을 위해 남중국해 문제를 위한 협상을 광범위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태국은 중국과 필리핀의 양자 회담 재개에 대해 환영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회동에서도 중국과 아세안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와 함께할 것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중국과 아세안은 더욱 긴밀한 공동 운명체를 건설해 정치적 신뢰를 높이고 협력을 강화하며 지역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중국과 아세안이 관계가 일부 도전이 있었지만 대체로 좋은 상황"이라면서 "양측은 전체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분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 회의 모습

◇ 아세안 분열 속 미·일·호주, 중국 협공…中 "일본 나서지 마라" = 이번 남중국해 문제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입맛에 맞게 넘어간 셈이지만 이로 인해 아세안은 회원국들간 불신이 커지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로 흔들리는 아세안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강경한 어조의 우려를 표출했다.

베트남은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는 아세안 회원국의 연대와 중심적 역할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적인 사례"라며 "많은 외교장관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아세안은 결속력을 키우고 중심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압력에 불만을 품었던 말레이시아는 아예 외교장관이 이번 회담이 불참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번 회담이 아니파 아만 외무장관 대신 이스만 하심 사무국장을 참석시켰다.

말레이시아는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와 함께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으로, 지난달 중국과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서는 회원국간 미합의 상태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가 취소한 바 있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동남아연구소의 말콤 쿡 연구원은 "캄보디아가 아세안을 마비시키고 회원국 간의 연대와 결집력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제 아세안은 남중국해 문제의 중심부에 서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중국과의 관계가 아세안 회원국 자격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들은 중국과 관계 강화를 위해 아세안을 훼손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 속에 미국과 일본, 호주는 25일 남중국해 문제를 소재로 중국에 대한 협공에 나선다.

이는 남중국해 문제가 이번 아세안회의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다뤄질 이슈이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줄리 비숍 호주 외교부 장관과 3개국 전략대화를 한다. 이 회동에서 기시다 외무상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PCA의 결정과 관련해 "(남중국해 분쟁은) 법의 지배에 의한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며 3국이 연대해 중국에 대해 PCA 결정 수용을 촉구하자는 합의를 끌어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일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PCA 판결을 거부한 것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며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고려하면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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