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쟁 속 한·중 수교 24주년…'가깝고도 먼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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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논쟁 속 한·중 수교 24주년…'가깝고도 먼 이웃'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8.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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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한국과 중국이 오는 24일 수교 24주년을 맞는다.

북한을 둘러싼 복잡한 동북아 판세에서 중국은 한국에 가깝고도 먼 이웃이었다. 한국은 경제적 분야에서는 중국과 긴밀한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외교 면에서는 강대국들의 역학 관계 속에 중국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수교 24주년을 맞는 현시점에서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중 관계가 냉각 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경제, 문화적 유대 관계 속에 상호 교류는 지속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수교 24주년 '조용'…냉각 관계 지속 = 23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오는 24일 수교 24주년을 기념하는 국가 차원의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이 소식통은 "한중 수교 행사는 보통 5년, 10년 단위가 되면 크게 준비하는데 올해는 그런 의미도 없고 여러 가지 상황상 별다른 행사가 없다"면서 "양국 정상 간 합의해서 진행하는 인문 유대 교류 강화사업이 있는데 이는 올해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8월 24일 중국과 수교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한·중 관계가 최고조에 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양국 관계가 냉랭해진 상황이다.

올해 수교 24주년이 더욱 썰렁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해 한중 수교 23주년 당시만 해도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가 인민일보에 '꿈의 실현을 위해 한걸음 더'라는 기고문을 통해 양국 간 신뢰를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하이난(海南)성은 한중 교류 기념식수 행사를 하는 등 지자체 간 교류도 활발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자국 이익을 크게 침해한다고 억지 주장을 하면서 한·중 관계가 냉각된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고 자위적인 차원이며 중국까지 사드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양국 간 정치, 경제, 문화 등 총체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중국 방문이 적지 않은 파문을 일러 일으켰고, 중국 정부가 한국의 재화와 서비스 수입을 제한하고 한국으로 투자나 인수를 일부 유예하고 있다는 보도 등도 잇따르면서 한국 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또한, 한류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을 금하는 '금한령'까지 퍼지는 등 주변 여건이 녹록지 않다.

베이징의 한 재계 인사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한중 수교를 기념하는 분위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는 사드로 불거진 양국 간 냉랭한 관계로 혹시나 무역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중 중요 교역 파트너…민간 교류 활발 =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중간 민간 교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정도로 양국 관계가 끈끈해진 면도 적지 않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 경제, 민간, 문화 교류를 대폭 늘려온 영향이 많이 작용했다. 두꺼워진 한중간의 교류가 사드 등 외부 요인으로 깨지기에는 이미 양국은 이미 너무 가까워져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사드배치 결정 이후 한 달간 대구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은 1만2천명을 넘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많다. 작년에는 국내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입국자가 급감한 점을 고려해도 올해 관광 성수기(7∼8월)에 적잖은 중국인이 대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한류수입을 금지했다는 소문이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마니아층 중국인들의 한류 사랑은 여전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한류는 대부분의 젊은 팬들에게 더는 외국 문화가 아니며 정부가 금지한다고 해서 이들이 등을 돌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류는 스스로를 한류 팬으로 분류한 중국인만 1천760만명에 이를 정도로 중국에서 이미 하나의 '거대한 현상'이 됐다.

또한, 한국과 중국은 이미 서로에게 중요한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양국 교역액은 2천273억달러로 한국의 전체 교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1.8%로 2위 미국(13.3%)과 3위 일본을 합쳐도 중국보다 작다. 한국의 지난해 대중국 흑자가 451억4천만 달러로 전체 흑자의 42.6% 차지했다.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은 지난해 10.4%로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진입하며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국 투자액에서 한국이 8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은 3위의 교역국이자 각종 완제품 생산을 위한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중국으로서도 미국, 일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베이징 소식통은 "사드 문제로 인해 한중 관계가 평상시와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그러나 중국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데다 양국이 경제, 문화 등의 방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위치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같이 갈 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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