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글로벌 경제 회복에 정부 재정 투입 주장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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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글로벌 경제 회복에 정부 재정 투입 주장 는다"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10.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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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힘을 쓰지 못하면서 정부가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정책 당국자들은 물론, 대형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증세와 재정투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세라는 것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만 해도 2011년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를 화약고에 비유할 정도로 극렬히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정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재정투자 확대 요구가 폭넓게 확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표면으로 부상할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 사진=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연합뉴스 제공)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최근 통화정책 완화를 비판했고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인프라와 주택 건설에 대한 재정투입을 거론해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안으로 긴축을 강조했던 유럽 국가들도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정책 당국자들이 앞으로는 성장과 긴축이 아니라, 경제 부양을 위해 최선의 재정정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 예산절감을 주장해왔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이제는 주요국 정부들에 지출을 늘릴 것을 주문할 정도다.

지난 수년간 주요국 정부는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해 경기 부양의 책임을 중앙은행들에 떠넘겼다. 중앙은행들이 차입비용을 낮춤으로써 가계와 기업들이 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채권을 비롯한 각종 자산의 가격은 상승했고 시장의 변동성도 줄어들었다.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권과 주식은 지난 수년간 상방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은 기대한 만큼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시중은행들이 희생양이 되게 해 이들은 수익성 악화로 심하게 고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요국 정책 당국자들은 재정투자 확대라는 구상을 다시금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채권과 주식 시장에는 통화완화 정책처럼 반가운 재료가 아니다.

런던의 기관 투자자인 사라신 앤드 파트너스의 가이 몬슨 CEO는 "우리는 대단히 확실하고 대단히 편안했던 투자 환경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하면서 "신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펀드 매니저인 마이크 리들은 "경기 부양은 악이며 반드시 재정수지 균형은 맞춰야 한다고 믿던 사람들이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표현했다.

▲ 사진=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 (연합뉴스 제공)

메이 총리와 해먼드 재무장관이 재정투자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자 채권시장은 당장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채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0.007%를 가리키고 있다.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여름 내내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던 금리가 일단은 플러스(+)권으로 돌아선 셈이다.

채권은 통화완화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올해 들어 글로벌 채권 가격은 6.5% 상승해, 4.5% 상승하는 데 그친 주식 가격 상승률을 압도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진다.

주요국이 재정투자를 늘리는 것이 악재로 작용하는 까닭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금리를 내리더라도 그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금리의 방향을 추종한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펀드 매니저들은 재정투자가 확대된다는 것은 내년에 글로벌 채권 시장이 불편한 한 해를 맞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베어링스자산운용은 주요국 가운데서 일본을 주목하고 일본 은행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재정투자 확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투자 확대는 글로벌 수요를 강화해 원자재와 수출, 건설업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50지수에 편입된 건설회사들의 주가는 2014년부터 줄곧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18%나 상승했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신흥국에 들어왔던 자금들이 선진국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유럽시장 수석전략가인 스테파니 플랜더스는 신흥국에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생길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WSJ은 적극적으로 재정투자를 확대하려 해도 정치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중앙은행들이 오랫동안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리라는 것이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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