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는 MS스티브 발머 CEO와 '닮은꼴'?
상태바
팀 쿡 애플 CEO는 MS스티브 발머 CEO와 '닮은꼴'?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11.08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스티브 잡스의 후임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빌 게이츠의 후임이었던 스티브 발머 CEO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전을 가진 창업자 CEO'의 뒤를 이은 '실무형 CEO'가 단기 실적에 매몰돼 기업의 장기 번영에 필수적인 기회를 희생했다는 비판이다.

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연쇄창업가'로 유명하며 여러 대학에서 창업에 관한 강의를 해 온 스티브 블랭크(63)는 지난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온라인판에 쓴 '비전가 CEO들의 후임이 비전가가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21세기가 시작될 때 MS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주도권을 지닌 유일한 업체였으나 16년이 지난 지금은 주도권이 허물어졌고 이는 '실패한 리더십' 때문이라며 "현재 모바일 시대의 주도적인 기술 기업인 애플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25년간 MS를 경영한 빌 게이츠로부터 2000년 CEO직을 넘겨받아 14년간 경영을 담당했던 스티브 발머에 대해 블랭크는 "단기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장기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평가했다.

블랭크는 "만약 MS 이사회가 분기별 혹은 연도별 성장을 관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발머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CEO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의 목표가 장기 생존이라면 발머는 실패한 CEO"라고 말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경영하던 시절 애플은 2001년 아이팟과 아이튠스, 2007년 아이폰, 2008년 앱스토어를 차례로 내놓으면서 혁신을 이끌었으나 5년 전 팀 쿡이 CEO직을 넘겨받은 후로는 신제품이 애플 워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쿡 체제의 애플은 연간 매출이 2천억 달러(230조 원)를 훌쩍 뛰어넘었고 이익은 2배, 현금 보유고는 3배로 뛰었으나, 구글과 아마존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부문의 혁신에 대응하지 못해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블랭크의 지적이다.

애플은 2011년 시리를 처음 내놓았으며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제품 연구를 하고 있으나 쿡 CEO가 이런 혁신을 시장으로 끌고 갈 비전과 열정을 지녔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블랭크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CEO 승계 과정과 조직 내부 논리에서 찾았다.

▲ 사진=2007년 8월 7일 애플 사옥에서 담소중인 당시 스티브 잡스(우측) 애플 CEO와 팀 쿡(좌측) CEO.(연합뉴스 제공)

그의 분석에 따르면 비전가형 CEO가 이끄는 조직에는 다른 비전가형 인물이 필요 없다. 잡스나 게이츠와 같은 비전가형 CEO는 자신의 비전을 뒷받침해 줄 유능한 실무형 고위 임원들의 보좌가 필요할 뿐이다.

비전가형 CEO가 물러날 때는 자신의 비전을 잘 이해하는 실무형 고위 임원을 후계자로 지목하며, 차기 CEO가 된 이런 실무형 인물은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방점을 찍는다. 제품 자체에 대한 애정도 전임자만큼 열렬하지 않으며, 그보다도 '실행 과정'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창의적인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기 시작하며 기업 문화가 위로부터 바뀌면서 '창의성의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블랭크는 이런 일이 게이츠 이후 MS와 잡스 이후 애플뿐만 아니라 월트 디즈니(1901∼1966)가 세상을 떠난 후 디즈니에서도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수준의 실행 능력이라는 재능은 제품과 고객에 대한 열정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라는 재능과는 다르다"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