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에 금융시장도 숨죽이며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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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에 금융시장도 숨죽이며 '긴장'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11.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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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8일 금융시장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에 무게를 두면서도 예상외 결과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시장 예상을 깨고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전례가 있어서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미 대선 불확실성에 더해 '최순실 게이트'까지 덮친 상황을 맞은 당국은 경제를 '위기'로 진단하고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대선의 첫 투표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미국시간 8일 0시)에 뉴햄프셔주 북부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시작했다.

이어 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에 버몬트주를 시작으로 델라웨어, 코네티컷, 뉴욕 등이 투표를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알래스카에서 투표를 마치면 9일 오후 2시가 된다.

미국의 대선 투표 및 개표는 컴퓨터를 이용한 시스템으로 이뤄져 이르면 9일 정오를 전후로 승패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외환시장에서 이날 달러화에 견준 원화는 전날 종가보다 8.1원 내린(원화강세) 달러당 1,135.0원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됐던 이메일 서버 재수사를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하면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완화된 영향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원/달러 환율 하락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땐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예상한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로 원화를 포함한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클린턴이 당선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2월 금리 인상에 나섬으로써 결국은 달러화가 강세 기조를 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권 증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80포인트(0.29%) 오른 2,003.38로 거래를 마쳤다.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났지만 2,000선 언저리에서 등락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닛케이225지수는 전장 대비 0.03% 하락해 보합권에 머물렀고, 대만 가권지수도 전장보다 0.3% 오르는데 그쳐 관망세를 나타냈다.

증시에서는 힐러리가 승리할 경우 안도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사진=11월 8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 뉴햄프셔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된 미국대선.(연합뉴스 제공)

반대로 트럼프 당선 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 시 무역정책부터 정부 주요직위 선임까지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일제히 안전자산으로 도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후보는 앞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국 45%·멕시코 35% 관세부과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아울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하겠다고도 밝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책 당국과 한국은행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예상을 깨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6월 브렉시트 때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다.

새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전 간부를 불러모아 금융시장 점검 긴급회의를 열고 경제와 금융시장을 '여리박빙(살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한 상황)'과 같다면서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내외 여건상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작은 빈틈이라도 생기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우선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9일 오전 7시 30분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과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다.

미국 대선 투표가 모두 끝나고 당선자 윤곽도 나오는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다시 한 번 국제·국내 금융시장 상황과 무역 등 전반적 대응책을 점검한다.

오는 10일 오전 7시 30분에는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 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시장 동향을 파악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시장은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모습이지만 실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9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하루 당겨 이날 돌아와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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