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공위성' 갖는 시대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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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인공위성' 갖는 시대 앞당긴다
  • 김태문 기자
  • 승인 2017.07.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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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솔탑 사공영보 대표
▲ 솔탑 사공영보 대표

[코리아포스트 김태문 기자] "개인이 내 인공위성을 갖게 된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인공위성을 내맘대로 조종해 지구나 우주 사진을 찍어 휴대폰으로 받아볼 수 있고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홍수 등 자연재해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전파할 수 있습니다. 각종 개인미디어나 SNS에는 휴대폰이나 드론으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뷰를 담은 콘텐츠가 공유될 것입니다."  

위성 및 무인기 원격제어기술 전문기업 (주)솔탑의 사공영보 대표는 인공위성의 대중화를 통해 다가올 우주시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국가가 독점하는 것으로 여겨져 온 인공위성 및 우주가 개인에게도 가까워지고 있다. 초소형 저가 인공위성인 '큐브위성(cubesat)'의 발전 덕분이다. 

큐브위성은 직경 10cm, 무게 약 1kg 이내의 초소형 인공위성을 말한다. 1999년 처음 등장한 큐브위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로, 세로, 높이 10cm 정도의 정육면체 형태의 표준 모델이 정립되었다. 

솔탑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의 하나인 '큐브위성 위성체 플랫폼 (Cubesat Platform based on CAN-PnP) 개발사업'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데이터처리, 배터리제어, 전력분배, UHF/VHF 통신 송수신, 자세제어 등 자체 보유한 큐브위성 기술을 활용해 보다 쉽고 간편하게 부품을 교체하고 소프트웨어를 변경(Plug & Play) 할 수 있는 위성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지난해 시작된 이 과제는 현재 1차년도 성과를 토대로 다양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사공영보 대표는 "누구나 쉽고 빠르게 저렴한 비용으로 인공위성을 조립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솔탑의 바람"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솔탑은 현재 큐브위성 분야는 스웨덴의 AAC Microtec, 안테나 분야는 미국의 Orbital Systems, 위성영상처리 알고리즘은 미국의 NOAA와 위스콘신대학교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일반적으로 4kg 미만의 3U크기의 큐브위성 1기 개발 비용은 3~4억원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발사체에 수십개씩 탑재해 우주로 발사할 수 있다.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큐브위성은 1인이 1기 보유할 수도 있지만 여러 명이 1기를 공유할 수도 있다. 큐브위성을 분양 받아 필요할 때에만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큐브위성 보유 비용은 더 낮아진다. 

사공영보 대표는 "큐브위성이 처음 개발될 때에는 학생들 교육용으로 쓰였다가 이후 기업들의 비즈니스용으로 활용되었다. 큐브위성 보유 비용이 수십~수백만원 정도가 되면 큐브위성은 드론과 같이 개인의 취미용으로까지 대중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솔탑, 우리나라 인공위성 역사와 함께한 23년 

사공영보 대표는 삼성전자와 벤처기업을 거쳐 1995년 솔탑을 설립했다. 소프트웨어 전공 엔지니어 출신인 사공 대표는 복잡한 도시생활보다 대덕연구단지의 쾌적한 환경이 좋아 대전에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솔탑은 설립 초기부터 자체 개발한 위성 관제시스템 및 위성영상 수신처리시스템을 정부 및 공공기관에 공급하며 우리나라 인공위성 산업을 주도했다.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실용 위성인 아리랑위성(KOMPSAT) 1호 발사 당시 관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다. 

이를 시작으로 아리랑 2호, 3호, 3A호, 5, 6호까지 저궤도 위성뿐만 아니라 정지궤도인 천리안 위성의 운영을 위한 관제시스템의 설계 및 개발에 참여했다. 

아리랑 위성 참여로 검증된 기술력 덕분에 솔탑은 천리안 위성, 무궁화 위성의 관제시스템 개발 사업도 맡았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천리안 위성의 위성영상 수신처리시스템을 개발하였고, 이를 기상청에 제공함에 따라 위성영상 수신처리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국내 위성관제 시스템 및 위성영상 수신시스템 개발 사업의 참여 성과는 해외 진출에 큰 발판이 되었다. 솔탑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위성영상 수신처리시스템을 수출했다.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위성지상국 시스템을 수출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솔탑은 2015년 4월 태국 지구정보우주기술개발국(GISTDA)으로부터 7억7000만원, 5월 인도네시아 항공우주연구소로부터 3억8000만원 규모 기상위성 수신시스템을 수주해 공급을 완료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자국 기상 관련 조기 경보와 재해 예방에 활용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공영보 대표는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은 기존에 일본이나 중국 위성을 통해 영상을 받아 봤었지만 우리 위성수신시스템을 설치한 후로는 우리나라 천리안 위성으로부터 영상을 공급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일본 위성으로부터 자료를 받아볼 때에는 영상만 받아볼 수 있었지만 솔탑이 설치한 위성영상 수신처리시스템은 영상은 물론 사후 처리한 정보까지 제공한다. 

이는 솔탑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솔루션 덕분이다. 솔탑이 공급하는 위성영상 수신처리시스템은 위성이 관측해 보내온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지상에서는 물론 항공기에서도 관측이 불가능한 광범위 지역의 다양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기상정보 산출물로 변환해 준다. 

위성으로부터 수신한 영상은 기상, 수문, 해양, 재난, 항공 등 분야별로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상관측자료, Radar 영상 및 수치모델 융합, 통합 자료 활용 및 의사결정 시스템 등 고객의 용도에 따라 적합한 규모로 확장 또는 축소해 구축해야 한다. 솔탑은 이를 구현하는 정지궤도위성영상 수신시스템, 극궤도위성영상 수신시스템, 의사결정 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솔탑은 동남아 지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미 지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멕시코, 페루 등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멕시코에서는 인공위성 분야 연구원들이 수주간 솔탑 본사에 머물며 큐브위성 등에 관해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인공위성 원격탐사 및 제어기술에서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갖춘 솔탑은 항공, 해양 분야로도 진출하고 있다. 국방 분야의 무인기(UAV) 지상 관제 시스템, 해양 분야의 해저탐사선 원격 통제 등이 그것이다. 

인공위성, 무인기, 해저탐사선 모두 사람이 타지 않는 장비를 원격으로 통제, 제어한다는 점에서 솔탑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들이다. 

현재 솔탑의 사업 영역은 크게 우주(Space), 해양(Ocean), 지상(Land) 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주분야에서는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 (관제시스템, 위성영상처리, 종합시험시스템)을 주력으로 한다. 

해양분야에서는 수중로봇(ROV)에 탑재되는 다양한 종류의 수중장비와 센서를 통합하여 운용의 편의성 및 효율성을 높이고, 수중 위험도를 감소 시킬 수 있는 운영자 친화적인 통합형 관제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지상분야에서는 지상통제시스템 (Ground Control System)를 통해 무인기를 제어하고, 비행체에 탑재되어 있는 EO (Electro-Optical) / IR (Infra-red) 센서, SAR (Synthetic Array Radar)를 통해 수집된 영상정보를 분석 및 판독하여 감시/정찰 업무에 활용한다. 솔탑은 지상에서 UAV를 제어하는 지상통제시스템 (Ground Control System) 내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다수의 육, 공군 UAV 운용방법 및 개발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상의 위성 안테나를 이용하여 위성을 실시간으로 추적, 인공위성에서 관측된 자료를 수신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의 개발, 판매한다. 수집된 자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위성영상 활용 및 고객 사이트의 특성에 적합한 위성영상 수신 시스템을 구축한다. 솔탑은 이 3개 분야에서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기상청 등 주요 국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솔탑 본사 전경

위성발사 비용, 기업 주도의 산학연 등 정부 지원 시스템 개선 필요 

사공영보 대표는 인공위성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인공위성을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체 위성 시장에서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위성체 제작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한 반면 위성 활용 서비스 시장은 70~80%를 차지한다. 

솔탑 역시 인공위성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 국민에게 어떤 편익을 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사공 대표는 이러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이 고민하는 만큼 정부도 보다 세심하게 지원제도를 개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솔탑이 수행하고 있는 '큐브위성 위성체 플랫폼 개발사업'은 우주기술융복합(spin-off) 과제로서 상용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 환경인 우주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 실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할 고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에서 모사된 환경에서의 테스트 외에 실제 우주공간에서 최소 한 번 이상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는 위성발사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중소기업이 위성발사 비용을 부담하기도 쉽지 않다. 기술개발에서 상용화까지 해야 하는 과제 기간이 2년이라는 점도 다소 짧은 감이 있다.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많은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은 다양한 중소기업 해외진출 및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대체로 1년 단위로 운용되며 보통 11월에 종료한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에서 11월에 사업을 멈추지는 않으며, 예고 없이 해외 수요처로부터 오퍼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12월에 갑자기 정부 및 연구기관의 지원이 필요할 때에는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미리 한두달 전에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현행 지원제도들은 그래서 현실성에 다소의 아쉬움을 남긴다.  

사공영보 대표는 이는 시스템의 문제라며 기업이 주도하는 산학연 구조를 구축하고 기업이 개발 성과를 냈을 때에는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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