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석유부국 사우디, 美셰일자산 인수·LNG수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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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석유부국 사우디, 美셰일자산 인수·LNG수입 모색
  • 제임스김 기자
  • 승인 2017.12.2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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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제임스김 기자] 석유부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 석유 자산을 노리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미국 휴스턴의 액화천연가스(LNG) 회사인 텔루리언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거나 이 회사와 LNG 수입 계약을 맺기 위한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소식통들은 다만 아람코와 텔루리언의 협의가 아직 진척된 단계는 아니며 아람코는 LNG 수입 문제로 다른 여러 미국 기업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이와는 별도로 미국의 양대 셰일 산지인 퍼미언과 이글포드 광구의 자산들을 인수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사우디가 미국의 에너지 자산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상전벽해에 다름없는 사건이다. 미국의 셰일 혁명이 석유 시장을 흔들고 결국은 사우디 측에도 에너지 전략의 재검토를 강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합산한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며 해외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반면에 사우디의 대미 석유 수출은 줄어드는 추세로, 지난해 9월 수출량은 3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컬럼비아 대학 글로벌 에너지정책 연구소의 제이슨 보도프 소장은 "역사적 견지에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하고 "셰일 혁명이 미친 충격이 얼마나 극적인가를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정유공장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외에서는 석유와 쳔연가스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다. 천연가스나 원유도 물론 수입하지 않는다.

사우디가 이례적으로 천연가스 수입을 모색하는 것은 발전용 에너지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사우디는 현재 원유를 태워 일부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천연가스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우디에 매장된 천연가스는 추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황 성분이 많아 정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사우디 영토에는 전세계 매장량의 4.5%가 있어 미국과 거의 맞먹지만 주요 생산국에는 끼지 못한다.

LNG 수입은 지금까지 사우디로서는 별다른 경제성이 없었다. 수입 터미널과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하고 따라서 원유를 태우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 사진=SK E&S가 텍사스주 프리포트 지역에 건설 중인 LNG 설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아람코가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를 계획하면서 이런 계산법도 바뀌기 시작했다. 천연가스를 수입하게 되면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LNG 수입에 따른 초기 비용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람코가 접촉하고 있는 텔루리언의 마크 휴스턴 공동창업주는 지난달 LNG 관련 회의 석상에서 LNG 수입을 통해 원유 수출 물량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사우디에는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컨설팅 업체인 포텐 앤드 파트너스는 사우디가 원유에 의존하는 발전을 포기하면 연간 1천200만t의 LNG를 수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셰일 가스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아람코의 사업을 다각화하는 셈이다. 기업공개를 앞둔 아람코가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이 될 수 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달초 기자회견에서 아람코는 지중해나 동아프리카 지역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는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사우디 측에 자국 천연가스에 투자할 것을 재촉하고 있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아람코가 지난 1년간 미국 셰일 석유 업계와 폭넓은 접촉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개선된 것과 무관치 않은 흐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중동의 주요 동맹국이라고 치켜세웠고 릭 페리 미국 에너지장관은 최근 사우디를 방문해 모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미국의 LNG 수출을 논의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아람코가 미국 셰일 석유 생산에 참여하게 되면 해당 업계의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셰일 업계는 사우디와 달리 장기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신속하게 생산량을 늘리다가도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감산으로 돌아서는 상황을 반복하기 일쑤다.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도 미국의 셰일 업계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초에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미국 셰일 석유기업의 사모주에 소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무사베 알 카비 최고경영자는 "셰일석유 사업의 역동성, 기술적 성격, 생산비와 같은 금융적 성격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투자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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