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슈퍼 주총데이'…올해 화두는 지배구조 개편
상태바
23일 '슈퍼 주총데이'…올해 화두는 지배구조 개편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8.03.2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상진 기자]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집중된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인 23일이 임박하면서 올해 주총의 테마에 관심이 쏠린다.

기업마다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구조 개편, 사외이사의 다양성 강화, 사장 선임 절차 개선 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2일 재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162개, 23일에는 549개 상장기업이 주총을 개최한다.

22일에는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카드, 삼성바이오로직스, 교보증권, SKC, NH투자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등이 주총을 연다.

이 중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글로벌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PO(최고생산성책임자)를 지낸 필립 코쉐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진다.

2월 인사에서 새로 선임된 고정석 상사부문장(사장)과 정금용 리조트부문장(부사장)이 신임 등기이사로 임명되고, 최치훈 전 삼성물산 사장과 이영호 신임 건설부문장(사장)은 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주총을 통해 3인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최치훈 전 사장)을 처음 분리하고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국내 의결권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진통도 예상된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코쉐 사외이사 후보자가 최치훈 사내이사 후보와 과거 GE에서 재직한 기간이 겹친다며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최치훈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연구소 측은 "최 후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대표이사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 위험에도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을 총괄한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23일에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KT, 우리은행,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삼성화재, 코오롱, 한진, KCC, 대한항공, LG, 효성, 롯데지주, GS건설, 에쓰오일, 오뚜기 등이 주총을 개최한다.

삼성전자 역시 이사회 구조 개편이 주요 안건이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오던 이상훈 사장이 사내이사로 추가돼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처음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또 작년 말 임원 인사에서 새로 임명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이 등기이사로 새로 선임될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신화'를 일군 김종훈 키스위 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가 각각 외국 기업 CEO 출신과 여성으로서 사외이사로 합류한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또 창립 후 사상 첫 주식 '액면분할' 안건도 처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을 50 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삼성의 비(非)금융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사외이사(당시 한민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에게 의장직을 맡겨온 삼성전기는 올해 주총에서도 사외이사에 의장직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주총 가운데에는 KT의 주총도 관심이다.

정치권의 외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 주총에 안건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KT는 회장 최종후보의 선정 주체를 종전의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바꾸고, 심사 기준에 후보의 기업 경영 경험을 명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KT 새노조 등은 이에 대해 졸속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또 참여정부 출신인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이를 두고 KT 안팎에서는 퇴진 압박을 받는 황창규 KT 회장이 이들을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열릴 현대건설 주총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의 비상무이사를 맡아왔지만 이번에 재선임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됐다. 이렇게 되면 정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등 3곳으로 줄어든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업종 경영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한 갈래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