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뉴질랜드 FTA 협상타결…농축산업계 타격 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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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뉴질랜드 FTA 협상타결…농축산업계 타격 받을 듯
  • 이삼선 기자
  • 승인 2014.11.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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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경제영토 73.5%로 확장
▲ 박근혜 대통령과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가 15일 오전 브리즈번 숙소호텔에서 양국 FTA 타결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5일 타결되었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선진국을 FTA 체결국으로 거느리게 됐다.

뉴질랜드는 우리와 무역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이지만 교역 성장세를 이어가는 시장인 만큼 타이어와 냉장고 등 여러 공산품의 현지 수출이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물과 낙농품 등은 뉴질랜드산 제품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

◇ OECD 회원국 대부분과 FTA 체결…경제영토 73.5%로 = 한·뉴질랜드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14번째 FTA이다. 14개 FTA에는 아세안과 유럽연합 등 국가 연합체 형태의 단위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 수는 52개국으로 늘었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FTA 경제영토는 73.5%까지 증가했다. 칠레(85.1%)와 페루(78.0%)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이다. 

이번 FTA는 우리나라가 대부분 선진국과의 FTA 체결을 완료했다는 의미도 지닌다. 뉴질랜드는 1인당 GDP가 4만 달러로, 세계 21위를 기록 중인 중견 선진국이다.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 이스라엘 등 3개국만 남았다.

◇자동차부품·타이어, 냉장고 등 수출 확대 기대 =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에 44위의 무역 파트너이다. 교역이 매우 많은 편에 속하지는 않는다. 뉴질랜드는 국내총생산이 1천816억 달러인 중소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상당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우리 제품의 수출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실제로 한·뉴질랜드의 교역은 2008년 이후 5년간 연평균 8.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로 내보내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은 휘발유와 승용차, 경유, 건설중장비, 합성수지 등이다. 이중 승용차는 이미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우리가 관세철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품목은 타이어(관세율 5∼12.5%)와 자동차 부품(5%)이다. 이들 제품은 이번 FTA에서 '3년 내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됐다.  

버스와 트럭, 특장차 등의 경우 현재 0∼5%의 관세가 붙어 있는데, 이를 3년 내에 철폐하도록 함에 따라 우리 상용차 수출에도 좋은 여건이 조성됐다.

기계·전자 분야도 우리의 수출 확대가 점쳐진다. 이번 협정에 따라 세탁기(5%)는 FTA 발효 직후 관세가 철폐되며 냉장고(5%)와 건설중장비(5%)는 3년 내에 관세가 없어진다. 

아울러 농기계와 농부자재, 식품 가공·포장기계, 소형 잡화 등 품목도 관세철폐 대상에 들어가면서 우리 중소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분야에서의 수출 확대뿐 아니라 농식품과 정보기술(IT), 인프라 산업 등에서도 양국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한·뉴질랜드 FTA 체결에 따른 기대효과' 보고서를 내고 "양국이 그간 서비스 및 투자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이어온 만큼 향후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제주도의 골드키위 재배와 고급 산양분유 생산 등 뉴질랜드와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 농업 및 가공품 생산 기술을 확보한 점을 경제협력 사례로 제시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뉴질랜드의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는 등 양국 간 IT 및 관련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 박근혜 대통령과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가 15일 오전 브리즈번 숙소호텔에서 양국 FTA 타결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쇠고기 등 수입 늘어날 듯…세이프가드 조항 마련 = 한·뉴질랜드 FTA 체결로 국내 농축산업계는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FTA에서 15년 내에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에 들어간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호주와 미국에 이어 국내 수입 쇠고기 점유율 3위에 해당하는 품목이다.

한·뉴질랜드 FTA에 따라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 상위 3개국의 제품이 모두 15년 내에 관세혜택을 등에 업고 우리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치즈와 버터, 냉동크림 등 낙농품과 명태·가자미 등 어류도 5∼15년 내에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76%까지 관세를 붙여 수입하던 낙농품은 우리가 뉴질랜드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제품이다. 

대신 우리나라는 농축산업계의 피해를 고려해 신선·냉장·냉동 쇠고기에 대해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해 놨다.

뉴질랜드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탈전지분유와 치즈 등 낙농품과 홍합에 대해서는 무관세로 인정하는 수입물량의 범위를 한정하기로 했다.

쌀과 고추·마늘, 과실류(사과·배·감 등), 오징어, 녹각 등 주요 민간 농수산품 199개는 양허제외(관세철폐 대상 제외) 품목으로 넣었다.

정부는 뉴질랜드와의 FTA로 인한 국내 농축산업계의 피해에 대해서도 영향평가 등을 통해 구체적 피해액을 추산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2조1천억원의 재원을 마련, 한·호주 및 한·캐나다 FTA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농축수산업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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