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中, '1천300조 美국채' 무기로 쓸까…"파괴력 크나 가능성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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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中, '1천300조 美국채' 무기로 쓸까…"파괴력 크나 가능성 작아"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8.06.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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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형대 기자]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수세에 몰린 중국이 1조1천800억 달러(약 1천324조원) 어치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매도함으로써 미국에 반격을 가할 수는 있지만 중국이 실제로 이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SJ은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함으로써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 부채의 약 8%에 해당한다. 중국은 무역 흑자 관리와 위안화 환율 절상 방지를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미국 국채에 투자해왔다.

미국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등의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경제 활동 비용이 전체적으로 늘어 미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마크 맥코믹 TD증권 외환전략 부문장은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을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수단에 비유했다.

상호확증파괴는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이 채택한 핵무기 운용 전략이다. 핵무기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보복해 상대방을 절멸시키는 개념이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자국에도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상한다.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 중국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달러화 표시 주식과 회사채 등 자산 가치가 동반 하락하게 된다.

아울러 이 같은 결정은 세계 경제에 예기치 않은 충격을 주면서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데 급격한 환율 변동 역시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 사진=중국, 미국 국채 매각하나.(연합뉴스 제공)

위안화 가치의 급변동은 위안화를 기축통화화하려는 중국의 장기 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자금을 중국으로 회수하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데 원활한 대미 수출을 위해 위안화 평가 절하를 유도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상충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손버그 투자운용에서 채권 업무를 담당하는 제프 클링겔호퍼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할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어떻게 보더라도 그들(중국)에게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신 중국이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맞서 위안화 평가 절하로 우선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중국은 작년 미국에 5천50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미국에서 1천30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따라서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에 동일한 맞대응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최근 중국 위안화는 지속해서 낮아지면서 6개월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28일 오전 고시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960위안으로 전날보다 0.6% 평가절하됐다.

위안화가 6거래일 연속 평가절하되면서 위안화 가치는 작년 12월 20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자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나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비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는 예측한다.

작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빚자 중국은 단체 여행객의 한국행을 금지하고, 화장품 등 한국 상품의 중국 수출을 어렵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과 갈등 관계가 형성됐을 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상대 기업을 압박하는 전략을 자주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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