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필요한 건 일상적인 수다?
상태바
와인에 필요한 건 일상적인 수다?
  • 김정미 기자
  • 승인 2015.06.09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김정미 기자] "와인을 마실 때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일단 시도해보세요. 와인을 마실 때 필요한 것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와 좋은 건강 상태, 일단 시도하는 자세면 충분합니다"

이탈리아의 여성 와인 메이커인 스텔라 디 캄팔토(42)가 한국의 와인 소비자를 위해 한 조언이다.

디 캄팔토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몬탈치노 지역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스텔라 디 캄팔토'를 운영 중인 여성 와인 메이커이다.

그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로쏘 디 몬탈치노' 등 단 2가지 와인을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자연과 환경, 식물을 총체적인 관계로 보고 천체 운행에 따라 짓는 농사 기법)으로 연평균 2만∼2만5천병 정도 소량 생산하고 있다.

그가 와인을 본격 생산한 지는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풍부하고 개성있는 풍미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이탈리아 3대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디 캄팔토의 와인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디 캄팔토는 "나는 여자이자 두 딸의 엄마"라면서 "포도가 생산되는 대지를 굉장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다이내믹은 포도나무 하나만이 아니라 토양, 미생물, 동물, 주변을 둘러싼 숲 등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땅과 교감하며 음력 달력에 맞춰 경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 캄팔토가 와인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1992년 19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한 뒤 시아버지에게서 결혼 선물로 받은 몬탈치노 땅이 있었는데 어느 날 포도밭을 개간하면 EU(유럽연합)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숙모의 이야기를 듣고 사업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땅을 빌려줘서 대신 경작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본인이 직접 포도나무를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밀라노와 로마 등 도시의 삶에 익숙한 젊은 여성이었던 디 캄팔토는 어린 두 딸과 함께 몬탈치노의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와인 제조 경험이 전무했지만 직접 포도나무를 경작하고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공부를 하며 능력을 인정받는 와인 메이커로 성장했다.

디 캄팔토는 100년 이상의 전통 와이너리들이 많은 이탈리아에서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한 비결에 대해 "나의 힘은 무지에서 나온다"며 "고정관념이 없어 새로운 것에 개방적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첫해에 비가 많이 오고 경작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는데 영양 성분이 부드러워진 땅속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땅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로쏘 디 몬탈치노'는 이탈리아의 토착 포도품종인 산지오베제만을 100% 원료로 만든 와인이다.

1998년 처음 포도나무를 심은 뒤 2001년 첫 수확한 포도로 로쏘 디 몬탈치노가 1천400병 생산됐고 2004년부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크통에서의 숙성기간이 21개월 정도인 로쏘 디 몬탈치노의 소비자가는 3만6천원 정도지만, 오크 숙성기간이 42개월로 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빈티지(포도를 수확한 해)에 따라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